목 쉰 바람소리 / 이시은 목 쉰 바람소리 이시은 철새 떼 밀물로 번지는 하늘가 해무리 가득 들끓던 가슴 난파선 되어 떠도는 날 파도 목청 높여 몰려오는 바다 속 깊이조차 알 수 없는 곳에 화석하나 꽂혀있고 하늘가에 걸려있는 눈망울엔 바다 물이 넘실댄다 어느 누가 가슴에 꽂힌 바윗덩이 잘게 부수어 물살에.. 4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2015.05.07
인꽃 / 이시은 인꽃 이시은 휘파람 불며 몰아치던 바람에 속살 트는 아픔 키워 꽃이 피었다 아픔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비틀거리지 않고 서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이슬 한 방울 무게의 기쁨도 살아있음의 의미이며 바윗덩이 무게의 슬픔도 살아있음의 징표이다 살아가는 마디마다 아파하고 흔들.. 4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2015.03.25
노을 밀고 가는 바람 / 이시은 노을 밀고 가는 바람 이시은 철늦은 칸나꽃 대궁마다 피 토하고 억새꽃 길손에게 손 흔드는 길가 바람은 숨 넘어 가듯 너울대는데 얼굴 하얀 반달 헤엄쳐 가는 서녘 하늘엔 발갛게 익은 가을이 걸려있다 바다에서 해가 뜨고 진다는 왜목마을에도 어제처럼 태양은 길 걸어 하루를 건너고 .. 4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2015.02.07
강물 같은 기도소리 강물 같은 기도소리 이시은 옷깃 바람결에 일렁이면 단풍잎 하나 꽃사지 되어 가슴에 꽂힐 것 같은 거리 리어카 위에 올라앉은 과일들 삐죽이 얼굴 내밀고 있다 태풍 매미 비바람에 상한 얼굴 아직도 흉터가 남아 찌든 농부 가슴이 그려져 있다 바구니마다 가격표 달고 한생애 거래하는 .. 4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2015.01.07
강가에 서 있으면 / 이시은 강가에 서 있으면 이시은 갈대 숲 서근대며 웃자라고 물총새 울음소리에 여울 이는 강가에 서 있으면 뼛속 아리던 아픔도 풀빛으로 흔들리고 저녁연기로 찾아오는 그리움도 풀잎 타고 흔들린다 실눈 뜨도 눈 부시는 햇살에 바람 한 자락 도르르 말리는 강가에 서 있으면 고무신 신고 놀.. 4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2014.09.16
오월이 오면 / 이시은 오월이 오면 이시은 오월이 오면 눈물이 난다 푸르른 잎새에 눈 아리고 파아란 하늘 펼쳐지는 대지에 풀꽃들과 눈 맞추는 햇살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친구야 이국땅으로 떠났다는 소식 접하고 눈시울 적시던 그 날도 예전 일이 되고 환한 웃음 안고 돌아와 손 마주잡는 이 .. 4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2014.08.30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이시은 구부정한 어깨에 하늘이 팔 걸치고 서서 가리마 길 따라 걷던 이야기 한다 날마다 하루가 열려도 모두가 다른 얼굴로 마주서는 만남 열두 구비 돌아드는 날도 있지만 웃음꽃 피는 날도 있어 살만한 세상이라고 얼굴 가득 복숭아빛 띄운다 진흙탕길 있어 마른 땅 편한 .. 4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2014.07.17
산에서 / 이시은 산에서 이시은 비 내리는 산에는 시간을 줍는 까치와 후득이는 빗방울에 가슴 씻는 나무들만 어깨를 기대고 서 있다 수런대며 다가서는 비에 젖은 나뭇잎 말아 안고 눈시울 적시며 마주하던 만남도 빗물에 잠긴다 깊이 침묵하여 크게 귀를 여는 산은 푸른 가슴으로 다가서서 새로운 만남.. 4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2014.05.25
봄꿈 / 이시은 봄 꿈 이시은 혹한에 시달리다 얼음가슴 드러내던 강물이 풀려 비늘 쌓고 겨우내 질식한 나뭇가지에 초록 물 돋았다 백년 만에 처음이라는 눈 몰아 막아서도 봄에게 항복하고 떠난 자리 무지개꽃 피었다 삭정이 가지에도 생명의 옷자락 팔랑이고 눈으로 덧칠하던 땅에서도 꽃 피어 웃는.. 4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2014.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