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쉰 바람소리
이시은
철새 떼 밀물로 번지는 하늘가
해무리 가득 들끓던 가슴
난파선 되어 떠도는 날
파도 목청 높여 몰려오는 바다 속
깊이조차 알 수 없는 곳에
화석하나 꽂혀있고
하늘가에 걸려있는 눈망울엔
바다 물이 넘실댄다
어느 누가
가슴에 꽂힌 바윗덩이 잘게 부수어
물살에 쓸려가게 할 수 있을까
수많은 밤과 낮
바다 물 퍼 담으며
수심보다 깊이 내려앉은
가슴을 쓰다듬는다
먼 데서
파도 갈피마다 이는 목 쉰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는 누구누구여
철새 떼 나래 짓에 은빛 무지개 피고
눈 우물에 잔잔한 물결 일어
화석이 된 이야기들 웅웅대는 날
침묵으로라도 마주 서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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