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목 쉰 바람소리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15. 5. 7. 21:20

 

 

목 쉰 바람소리

                                                이시은

 

철새 떼 밀물로 번지는 하늘가

해무리 가득 들끓던 가슴

난파선 되어 떠도는 날

 

파도 목청 높여 몰려오는 바다 속

깊이조차 알 수 없는 곳에

화석하나 꽂혀있고

하늘가에 걸려있는 눈망울엔

바다 물이 넘실댄다

 

어느 누가

가슴에 꽂힌 바윗덩이 잘게 부수어

물살에 쓸려가게 할 수 있을까

 

수많은 밤과 낮

바다 물 퍼 담으며

수심보다 깊이 내려앉은

가슴을 쓰다듬는다

 

먼 데서

파도 갈피마다 이는 목 쉰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는 누구누구여

 

철새 떼 나래 짓에 은빛 무지개 피고

눈 우물에 잔잔한 물결 일어

화석이 된 이야기들 웅웅대는 날

침묵으로라도 마주 서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