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층 / 이시은 지하철 층 이시은 지하철 역 계단에는 삶의 자국들이 엉겨 붙어 있다 지하철 문에서 벌집에 불난 벌떼 같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목적지를 향한 빠른 발걸음에 실려 여유는 실종신고를 낸지 오래다 지하철 객차 칸마다에는 혼탁한 공기를 두 발의 중심으로 걸러내고 있는 사람들 지하철.. 제 5시집 빈 가슴에 그린 풍경 2015.05.07
새해로 가는 길목 / 이시은 새해로 가는 길목 이시은 겨울바람 사이로 기침처럼 끓던 소리들이 세모의 길목에서 허리를 늘어뜨린다 뒤 돌아보는 곳에 서성이는 그림자는 탈색 된 화폭 속 그림되어 추억의 꼭지점에 또 하나 점으로 앉고 내일을 여는 깃발에 그려진 연대표는 한 눈금 키 큰 숫자를 갈아 단다 새해로 .. 제 5시집 빈 가슴에 그린 풍경 2015.03.25
세월의 여울목 / 이시은 세월의 여울목 이시은 창틈으로 잦아드는 한 점 바람도 침묵 안고 다가서고 어제의 번거로움도 고요의 밑바닥에 갈앉은 새벽 살풀이춤으로 다가오는 세월의 여울목에 고요와 침묵은 기다림의 텃밭에 배양토 되어 시간의 행간에 나무를 키운다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투명한 햇살에 헹궈 .. 제 5시집 빈 가슴에 그린 풍경 2015.02.07
삶의 길을 건너다 보면 삶의 강을 건너다 보면 이시은 눈 앞 세상이 어지러워도 눈 감고 잠시 빠져드는 무아지경 부처님 가르침을 몰라도 예수님의 성서를 몰라도 내 안에 집 하나 비우고 나니 열리는 무채색 세상 손바닥으로 두 눈 가려도 손가락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세상과 마주보다 두 눈 다시 뜨고 일상.. 제 5시집 빈 가슴에 그린 풍경 2015.01.07
이탈하는 시간 / 이시은 이탈하는 시간 바늘 끝으로 쑤시는 냉기로 온 세상 얼음나라로 만들 것 같았는데 냄비에 더운 김 오르 듯 봄날은 오더니 삼사월 고개 넘어 햇살이 불화살되어 쏟아진다 응급실에서 호흡기에 의존한 생명이 땀으로 붙들고 있는 시간인 걸 아하 한 줄로 꿰어 들고 있는 줄 알았던 시간들이 .. 제 5시집 빈 가슴에 그린 풍경 2014.09.16
한 해를 보내며 / 이시은 한 해를 보내며 이시은 봄꽃에 아리던 눈 녹색물결로 씻어 내고 단풍물결 한바탕 소리치다 떠난 자리 턱에 숨 걸리던 여름에는 다시 올 것 같지 않던 겨울이 찾아오고 먼 길 떠난 정인 같은 눈발 찾아오면 아쉬움만 눈꽃으로 피어난다 한 장 남은 달력은 가쁜 숨 몰아쉬며 달려가고 쳇바.. 제 5시집 빈 가슴에 그린 풍경 2014.08.30
영원이라는 끈 영원(永遠)이라는 끈 이시은 만남은 이별을 예고하지만 이별은 만남을 예고하는 지도 몰라 이승과 저승을 넘는 이별은 기다림이 긴 여정인 지도 몰라 앞뒤가 닮은 베일을 쓰고 있어 우리는 영원(永遠)이라는 말에 실낱 같은 약속의 끈을 조이는 지도 몰라 영원(永遠)을 노래하는 혀끝이 굳.. 제 5시집 빈 가슴에 그린 풍경 2014.07.17
다시 피우는 꽃 / 이시은 다시 피우는 꽃 이시은 얼음살 터지는 소리 듣지 못하는 바위로 살다가 새싹 움트는 소리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되었더니 엊그제 새해 아침 밝았는데 어느새 꽃샘바람은 제 세상인 듯 불어대고 봄 풍경도 한허리를 넘는다 나물 캐던 계집아이는 어디 가고 나이테 앉은 아낙만 의미심장한.. 제 5시집 빈 가슴에 그린 풍경 2014.05.25
이어지는 길 / 이시은 이어지는 길 이시은 끝인가 하던 일들이 모르는 사이 슬금슬금 몸집이 커가고 침묵을 감아 든 햇살의 두께도 변화무상하다 내 맘대로 오지 않은 세상에서 한세상 살아가 듯 쉼표를 찍어 봐도 굴렁쇠 바퀴로 구르는 시간 계절이 바뀌면 포도알 검붉게 화장하고 황금 들녘에 눈이 내리 듯 .. 제 5시집 빈 가슴에 그린 풍경 2014.02.14
가을산 길목 / 이시은 가을 산 길목 글 / 이시은 오랜 산으로 가슴에 앉아 바람찬 계절 품어 안더니 그대도 이젠 가을 산이 되었군요 계절 잊고 늘 푸른 녹음 속에 살라하더니 하늬바람 몸부림에 그대 옷깃에도 물이 들었나 봐요 봄꽃처럼 피어 오뉴월 땡볕에 백일홍처럼 살더니 그대 머리에도 어느새 억새꽃이.. 제 5시집 빈 가슴에 그린 풍경 2013.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