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부르면 / 청담 이시은 당신을 부르면 청담 이시은 어머니하고 당신을 부르면 무작정 맨발로 내 닫던 걸음 어머니하고 당신을 부르면 더럭더럭 고무신 소리 타고 마당으로 나오시던 걸음 고무신만큼 하이얀 머리카락 어머니가 닦은 연륜의 텃밭 어머니하고 당신을 부르면 몸보다 먼저 마음만 내 닫는 더디고 더딘 어머니 걸음 1 시집 내가 강물로 누울 때 2024.04.30
인연 / 이시은 인연 청담 이시은 예전에는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가 했다 세월을 쌓으면서 친분을 쌓으면서 이런 것이 인연인가 했다 귓전에 잉잉대던 바람은 어디론가 떠나가고 지나간 세월의 빈자리 인연만 남아 자꾸만 자꾸만 나그네 같은 마음을 붙잡는다 1 시집 내가 강물로 누울 때 2024.04.30
알 수 있을까요 / 이시은 알 수 있을까요 청담 이시은 어머니 왜 이리도 가슴이 뛸까요 어머니 왜 이리도 겁이 날까요 당신께서도 이때쯤 그러했습니까 전 몰랐어요 한세상 살아봐야 안다던 그 말 정말 전 몰랐어요 모진 세월 고비 고비를 검버섯 피고 검은 머리 하이얀 날에는 진정 알 수 있을까요 어머니 1 시집 내가 강물로 누울 때 2024.04.30
세월 . 1 세월 . 1 이시은 그때 불던 바람도 오늘 같았고 오늘 내리는 빛줄기도 그때 같은데 세월만 무심히 쌓여 있는 얼굴에는 잔주름만 표징으로 앉아 있었네 세지 못하는 나이테 자국 해 묶은 책갈피 속 빛바랜 사진 한 장 헤사한 웃음 짓네 1 시집 내가 강물로 누울 때 2015.05.07
정든 이름/ 이시은 정든 이름 이시은 미소 안고 모여든 진달래 꽃잎보다 붉은 마음 타오르는 정리의 불길 어제 교정에 여고생은 육순 세월 건너 딸 모습 후배를 바라보고 어머니 같은 눈길에 즐겁기만 한 아우들 열 여덟 꿈 영근 나위테 위 살아나는 소녀의 웃음 아! 세월의 뒤안으로 밀려가던 그리움이 다.. 1 시집 내가 강물로 누울 때 2015.03.25
당신의 모습 / 이시은 당신의 모습 이시은 골짜기 맴도는 바람결에 참나무 잎새마다 은회색 물결이 일고 날다람쥐 분주히 곡예 하는 나뭇가지 스쳐 가는 바람결 안개비 내리는데 안마당 거니시는 흰머리 성성한 어머니 세월의 아픔처럼 깊이 패인 주름살이 눈부신 달빛아래 박꽃처럼 고우셔라 천리 밖 먼 곳 .. 1 시집 내가 강물로 누울 때 2015.02.07
달빛 달빛 이시은 허공 더듬으며 밤이면 방 가득 들어 앉던 당신 그대 이름 부르면 응답의 눈길 보내시더니 오늘은 간절히 부르는 목소리 끝내 못 들으셨습니까 하늘에는 먹빛 침묵만 흐르고 당신에게로 이르는 길은 보이지 않습니까 신열 돋는 가슴 녹아나는 진액으로 불 밝혀 길 떠나는 밤.. 1 시집 내가 강물로 누울 때 2015.01.07
세월. 2` 세월 . 2 이시은 밤 기차 기적 되어 울던 사랑 푸른 속살 내밀고 앙가슴 아랑대며 살더니 세월 한 겹 접었다 펴 든 어느 날 기적 소리인지 눈물 소리인지 비 소리에 젖는 밤 이별이라는 말 가슴에서 꺼내 밀려오는 멍든 파도 수심깊이 숨겨 놓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세월을 쌓고 다시 또 세.. 1 시집 내가 강물로 누울 때 2014.09.16
늘 푸른 심원 늘 푸른 심원 이시은 중동벌 커다란 집 심원이라 이름했네 햇살 고운 교정에 소녀들이 목련으로 피어나고 꽃그늘 하얗게 내린 운동장에 소년들이 소나무로 자리했네 원미산 푸른 가슴 창문 가득 여울지고 하늘 아득히 나래 펴는 희망 실은 노래 소리 세월의 연륜 위에 예지가 살아 있네 .. 1 시집 내가 강물로 누울 때 2014.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