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신문연재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22. 3. 30. 21:00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

 

                                                        이시은 (시인. 수필가)

 

 

 

미국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Christopher Plummer)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는 소식은 뮤지컬 영화의 고전인 사운드 오브 뮤직을 감명 깊게 본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던 사운드 오브 뮤직을 다시 보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감명은 여전하다. 눈 덮인 알프스의 전경이 바라보이는 초원에서 마리아가 부르는 노래는 감미롭고 사랑스럽다. 1965년 로버트 와이즈 감독으로 마리아 역에 줄리 앤드류스(Julie Andrews)와 폰 대령 역에 크리스토퍼 플러머(Christopher Plummer)가 주역을 맡은 아카데미상 5개 부문을 수상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명작이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를 피해 조국 오스트리아를 떠나 미국으로 간 폰 트랩 대령 가족의 이야기를 쓴 마리아 폰 트랩의 자전소설 트랩 가문의 가수들 이야기(The Story of the Trapp Family Singer)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1959트랩 가족 가수(Die Trapp Faillie)’라는 제목으로 독일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영화에 깊은 감명을 받은 뮤지컬 스타 메리 마틴과 남편이자 프로듀서인 리처드 할리데이는 하워드 린지와 러셀 크루즈에게 대본을 맡기고, 리처드 로저스에게 음악을, 오스카 헤머스타인 2세에게 작사를 맡겨 사운드 오브 뮤직영화와 뮤지컬이 탄생하였다.

 

잘츠부르크 수도원에서 수녀 견습 중이던 노래를 사랑하는 말괄량이 마리아가 원장 수녀의 권유로 명문 집안인 폰 트랩 대령의 집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대 저택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를 잃은 대령의 자녀가 일곱 명이나 되며, 마리아는 군대식 교육으로 경직된 생활을 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명랑한 성격과 노래로 마음을 열게 한다. 그토록 경직되게 살아가는 폰 트랩도 가족과 기타를 치며 에델바이스를 부르고, 마침내 마리아와 폰 트랩 대령은 사랑하게 되어 결혼을 한다. 오스트리아가 독일 나치 치하가 되어 전역 대령인 폰 트랩에게 소집 명령이 내려지자 탈출을 시도하게 되고, 미행을 따돌리기 위해 공연장에서 오스트리아 국화를 노래하는 에델바이스를 부르고 퇴장하여, 수녀들의 도움으로 탈출을 시도하여 산을 넘어 스위스로 가는 내용이다.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수녀원 비석 뒤에 몸을 숨기고 라이트 불빛을 피하는 숨 막히는 장면은 전율을 일게한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던 1960년대 후반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노래들은 애창곡이었으며, 그 중에서 에델바이스도레미 송은 단골 메뉴였었다. 폰 트랩 대령이 가족과 함께 공연장에서 부르던 에델바이스는 노래의 인기만큼이나 궁금한 꽃이었다.

 

에델바이스는 알프스 산맥등 고산지역에서 자라며,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국화이다. 알프스 산맥 고산지대에서 자란다는 작은 이 꽃은 더욱 흥미로웠다. 많은 사람들이 에델바이스는 알프스의 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설악산과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국화과의 다년생 식물로 솜다리라 부르는 에델바이스가 자라고 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면서 훼손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보호종으로 지정되었다. 고산지대 눈 속에서 핀다는 에델바이스는 잎과 꽃에 흰 솜털이 덮여 있어 꽃잎이 두꺼워 말려도 꽃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어 액자에 넣어 팔기도 하였다. 산악인들에게는 상징적인 꽃으로 산악회 이름이나 배지로도 사랑받는 꽃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전편에 걸쳐 흐르는 노래는 흥겹다. 그러나 나치 치하를 피해 조국을 떠나려는 대령의 노래는 목이 메어 애조를 띠기도 하지만, 도레미 송의 경쾌한 음률은 모두를 흥겹게 한다. 음악과 배경 그리고 연기 모두가 빼어나서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명작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 가족으로 출연했던 배우들은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는 것도 감동적이다.

 

잘츠부르크 일대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아낸 영상과 음악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아름다운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가 태어난 곳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 모차르트가 태어난 곳과 함께 관광객을 모여들게 하고 있다. 영화의 촬영지마다 관광객이 찾아든다. 초원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부르던 배경은 이름답다. 지금도 아름다운 초원으로 눈 덮인 알프스를 바라볼 수 있다. 대령의 저택으로 촬영된 미라벨 궁전의 호수와 정원에는 유리 팔각정을 비롯해 분수와 궁정 문 등이 촬영장소였으며, 그 외에도 수도원과 볼프강의 다리와 성당 등 곳곳이 영화를 상기시키며 관광객들을 즐겁게 한다.

 

뛰어난 예술가와 영화가 이 도시를 기억하게 하고 찾아들게 하는 것을 보면서 예술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본다. 우리의 영화도 세계 속의 영화로 자리해 가고, 국제 무대를 누비는 가수들이 활동하고 있음이 자랑스럽다. 더 많은 영화와 예술의 산실이 생겨나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기억에 남는 곳으로 자리하길 기대한다.

 

 

한국문학신문<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