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바다
이시은
밤바다 밝히고 선 불빛은
손 흔들고 떠나오던 그날의
입술 푸른 내 얼굴 매달고
아이가 그때 내 나이 먹고서야 돌아온
나를 기다리고 있다
먹빛으로 메운 포장 뚫고
눈망울 굴리며 기다리는 불빛은
잊었던 이름 안고 다가서는
파도를 바라보고
숨죽인 바람은 모래톱을 쓸고 있다
바다 물 곤두박질 넘게 하던 비바람
세월을 당기고 밀던 사이
내밀한 가슴속에 불던 바람 닮아
파도는 푸른 몸 퍼덕임 접고
여린 음률 그으며
모래톱에 새겨진 내 발자국 지우고 있다
불빛이여
파도여
속앓이 하던 비바람이여
많이 변한 듯 하나
그리 변한 것 없는 나를 닮은 바다여
아직도 못다 푼 사연 너와 더불어 앓다
내일이면 다시 그날처럼 손 흔들 나를
사랑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