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대답
이시은
봉평의 가을은
메밀꽃이 키우고
메밀꽃 젖몸살 앓는 열기는
산들바람이 애무해 가라앉히는데
메밀꽃 무리지어 피는 이 가슴은
누구의 손길 닿아 가라앉히려나
선선한 바람 일면
덩달아 바람 부는 가슴
귀뚜라미 애타게 부르는 가을을
달빛 눕는 봉평 들판에서
메밀꽃물에 실려 만났구나
해마다 찾아와 의문부호와 말줄임표로
길을 묻던 바람아
나 아직도 네게 줄 대답을 적지 못했구나
또 다시 열두 달 삭여
너를 만나면 대답 할 수 있을까
몇 해의 가을이 내게 걸렸는지
슬그머니 곁눈질하는 세월을
바람아 너는 채근하지 않는구나
이시은 제 5 시집 " 빈 가슴에 그린 풍경"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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