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피우는 꽃
이시은
얼음살 터지는 소리 듣지 못하는
바위로 살다가
새싹 움트는 소리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되었더니
엊그제 새해 아침 밝았는데
어느새 꽃샘바람은
제 세상인 듯 불어대고
봄 풍경도 한허리를 넘는다
나물 캐던 계집아이는 어디 가고
나이테 앉은 아낙만
의미심장한 웃음 물고
빈 손바닥 파며 길을 찾고 있다
곧게 펴도
자꾸만 구부러지는 길을 다시 펴는
아낙의 얼굴에
꽃은 피었다 지고 또 다시 피어
해당화 꽃밭이 되고 동백꽃 밭이 되고
피었다 지는 꽃을 다시 피우는
아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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