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같은 기도소리 글 / 이시은 옷깃 바람결에 일렁이면 단풍잎 하나 꽃사지 되어 가슴에 꽂힐 것 같은 거리 리어카 위에 올라앉은 과일들 삐죽이 얼굴 내밀고 있다 비바람에 상한 얼굴 아직도 흉터가 남아 찌든 농부 가슴이 그려져 있다 바구니마다 가격표 달고 한생애 거래하는 시간 농부 가슴에 달아주는 기말고사 성적표 같은 숫자 지친 손 마주 잡고 낮은 곳으로 흐르는 강물 같은 기도소리 가을밤은 기도 속에 깊어가고 리어카에 쪼그리고 앉아 손님 기다리는 과일의 댕그란 눈빛만 불빛에 일렁인다. 이시은 제 4 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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