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 시가 걸린 방

억새꽃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09. 10. 26. 21:56

 

 

억새꽃

 

                       글 / 이시은

 

 

석양이 걸린 억새밭에

스쳐간 날들이 일어서서

하늘 향해 손사래 치며 웅웅거린다

 

더러는 아쉬움으로

더러는 애잔함으로

눈우물 가득 고이는 하늘을 품고

미련 한 자락 감아 안는다

 

먼 길 걸어

다리 풀고 앉는 억새꽃 숲에

흰머리 너풀대는 세월들이

서걱서걱 소리 내며 허리를 푼다

 

세월의 징검다리 함께 건너던 당신은

석양빛에 눈시울 물들고

억새꽃 핀 머리카락만 바람에 날린다

 

발끝에 떨어지는 석양빛 밟으며 걷는 길

등 두드리며 위로하는 바람 타고

지난날들이 절름거리며 다가선다.

 

 

  이시은 제 4 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수록

 


The Violent Coloured Mountains / Vassilis Sale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