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신문연재글)

요트에 꿈을 싣고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17. 6. 1. 14:36

 

                                               요트에 꿈을 싣고

                                                                                                       이시은

바다가 시원하게 바라다 보이는 숙소가 마음에 든다. 거제 마리나 베이 대명리조트는 전 객실을 바다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여행지에서 전망이 좋은 객실을 잡아 머무르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리조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고급스러움이 풍긴다. 지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하다. 바다를 바라보고 위치한 이국적인 풍경으로 만든 워터파크 오션베이와 마리나 요트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풍광이 아름다운 거제 바다를 바라보며 여장을 푸는 마음이 기대로 설렌다. 주거 공간이나 여행지의 숙소들은 모두 전망이 좋은 곳이 인기가 있기 마련이다. 넓은 창으로 바라보는 바다가 여유롭다.

 

저녁을 먹기 위해 주변식당으로 향했다. 게장이 무한리필 이란다. 달싹하게 감칠맛 나는 생게 무침과 간장게장은 말만 들어도 침이 돈다. 모두가 무한리필인데 가격이 저렴해서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시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염려는 기우 였다. 계장 맛이 일품이다. 서너 번의 리필을 시켜 먹었다. 그것도 다른 게장 전문집에서 담아내는 량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은 량이었다. 몇 끼의 식사를 그곳에서 했다. 한자리에서 먹어 본 량으로는 가장 많은 것이었다.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점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다. 거제라는 말이 나오면 게장 먹던 생각이 나 다시 가보고 싶은 음식점이다.

 

숙소의 이름이 마리나(marina) 이듯이 저만치 요트 선착장에 정박한 하이얀 선채들이 눈길을 끈다. 푸른 바다를 유람하는 요트들은 부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코발트빛 바다를 누비는 요트를 그저 선진국들의 전유물인양 바라보던 때와는 달리, 우리나라에도 요트 선착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만큼 부강해졌다는 의미 일 것이다. 그러나 요트의 선주들은 나와는 먼 거리에 사람들 일 뿐이다. 하지만 눈앞에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정박 중인 요트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승선표를 샀다. 수 십 억 씩 하는 요트를 소유는 할 수 없더라도 타 볼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고 싶지 않아서 였다. 기회는 왔을 때 잡으라고 하지 않았던가.

 

요트는 서서히 바다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요트의 선실에는 다과와 음료 그리고 포도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급스런 술잔에 포도주를 기울이며 바라보는 바다는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멀어져 갈수록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마리나 베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숙소의 모습이 더욱 건사하고 아름답다. 지척에서 보는 것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보는 모습들은 다른 부분들이 있다. 까까이서 보면 세부적인 면은 볼 수 있으나, 전체적인 모습을 잘 볼 수가 없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면, 세부적인 것은 잘 안보이나 전체적인 모습들을 더 잘 볼 수가 있다.

 

사람들의 인과 관계도 그러하다. 가족으로 함께 살다보면 세세한 부분을 너무 잘 알아서 가족의 전체적인 모습을 잘 모르기도 한다. 그래서 밖에서 남들이 평가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는 못 볼 때가 많다. 부부 사이에도 단점을 너무 잘 알아 장점이 덥힐 때가 있고, 자식이라는 선입견이 자녀에 대한 평가를 축소하거나, 과대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품안에 진주는 모른다’고 했을 것이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위에 햐얀 요트를 띄우고 낚싯줄을 드리웠다. 뭉게구름이 옥색 바다를 닮은 하늘에 떠 있고, 바다는 쉼 없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상쾌한 바닷바람이 가슴 속 까지 파고든다. 폐부 깊이 스며드는 시원함이다. 오늘 하루가 즐겁다. 하루하루가 모여 삶이 된다. 이런 날들이 일상이기를 바람은 과분한 욕심임을 안다. 지나친 과욕은 불행을 자초한다고 하지만, 꿈이 없는 삶은 얼마나 따분할까. 지난 일을 돌아보며 작은 보람에서 행복을 가져오고, 미래를 향한 소소한 꿈을 안고 사는 것이 즐거움 이었다.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고난이 있었던가. 고통의 부피는 줄여두고, 이 하루도 되돌아보는 어느 날에 행복한 미소로 마주 하리라.

 

요트는 기수를 돌려 서서히 선착장으로 향하고, 숙소는 더욱 가까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끔씩 멀찌감치 나를 두고 관망하는 여유를 배우고 가는 길이다.

//바다는 숨죽이고 /어제의 풍랑을 잊은 듯하다//어느 날은 비바람에 성난 가슴도 있었건만/잔물결 이는 수면 위/흰옷 입은 요트는 단꿈을 꾸고/ 드리운 낚싯줄은 바다를 낚는다// 갈매기 너흘대는 바닷길에서/돌아보는 날들은/ 어느 하루도 같은 날이 없고/꿈같은 세월도 희미한 풍경으로 스치는데/오늘도 시간을 엮는다//흘러간 날들을 더듬으며/사는 것이 이런 것이라고/남은 세월을 헤어보면서/아쉬움을 감춘 채 바다를 건져 올린다//

 

 

  -이시은 시 ‘세월 낚기’ 전문-

 

 

한국문학신문 ‘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