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원고를 정리해 두고 삼년이나 넘게 주저했던 첫 시집이 나올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섯 번째 시집을 묶는다.
올해도 눈물겹도록 맑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그간 영혼의 심지 돋우고 쓴 시편들을 갈무리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마음으로 다가와 안기는 것도 없고, 어느 것 하나 못난 자식이라고 버릴 수 없는 것처럼 마음 밖으로 내칠 수가 없다.
시인의 말을 쓰는 마음이 이토록 외로움으로 조여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소녀 시절 나는 외롭고 힘겨울 때 나만이 할 수 있고, 마음 담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 한 적이 있다. 시 쓰기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담는 영원한 나의 분신이기도 하다. 혼자 매만지고 사랑했던 분신들을 세상에 내 놓으며 내밀한 가슴 하나 놓고 가는 것 같아서 일까.
시집을 엮을 때 마다 얼마나 더 영근 시편들을 내 놓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지만, 그저 담담한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그릇 만큼 담고자 한다.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듯이 시 쓰기 또한 어렵고 힘겨운 일이다. 시인이면 누구나 좋은 시를 찾아 고난의 길을 갈 것이다. 나 또한 시를 향한 불꽃을 지우지 않고 항상 쉬지 않고 가려 한다. 그래서 나의 시가 한 사람의 가슴속에서라도 조그맣게 자리 할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
지난 해 유명을 달리하신 어머니께 이 시집을 바친다.
2009. 가을에
저자 이시은
(이시은 제 5 시집 "빈 가슴에 그린 풍경"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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