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 시가 걸린 방

이어지는 길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09. 7. 7. 08:57

 

 

이어지는 길

 

                                            이시은

 

 

끝인가 하던 일들이

모르는 사이 슬금슬금 몸집이 커가고

침묵을 감아 든 햇살의 두께도 변화무상하다

 

내 맘대로 오지 않은 세상에서

한세상 살아가 듯

쉼표를 찍어 봐도

굴렁쇠 바퀴로 구르는 시간

 

계절이 바뀌면 포도알 검붉게 화장을 하고

황금 들녘에 눈이 내리 듯

산다는 것도 흐르는 물줄기 같은 것

가뭄에 파꽃 피 듯

매운맛 감도는 길목에서

손 마주잡던 따슨 목소리도

석양빛에 허리를 누이는 시간

 

막다른 길에도

기억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

 

망망히 이어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