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글동네

모임 장소로 자주 이용하는 양반댁

청담 이시은 2024. 10. 22. 10:55

 

모임 장소로 자주 이용하는 양반댁

 

 

청하 선생님과 함께하는 자리가 인사동에 있는 한식집 양반댁에서 많이 있었다. 인사동에 있는 한식집들이 그러하듯 양반댁도 오래된 한옥에 만들어진 음식점이다. 내가 처음 청하 선생님과 양반댁에 들렸을 때가 2000년 무렵으로 생각된다. ‘양반댁은 같은 자리에서 38년 동안 운영을 하다 보니 단골이 많은 편이다. 방을 터서 50여 명 이상이 자리할 수 있는 곳에서 모임을 하여 왔다. 신년 하례식 모임 사진을 보면 양반댁 앞에서 모여 찍은 사진들이 많다.

이 한식집 여사장은 언제나 한복을 차려입고, 가지런히 빗어 올린 머리를 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오래전 모습이나 지금의 모습이 그대로이다. 단지 세월이 흘러 나이를 더해 더욱 완숙한 모습이다. 필자와도 오랫동안 보아 온 사이라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양반댁의 권순 사장은 낭송가이기도 하다. 권순 낭송가는 청하 선생님의 행사에 참석한 지가 오래되었다. 예산에서 열리는 청하백일장 행사에 다녀가기도 하였고, 자기 음식점에서 열리는 청하 선생님의 행사에서 청하 선생님의 시를 낭송하기도 하였다.

청하 선생님께서는 오래도록 이 음식점의 단골손님이셨고, 권순 낭송가 또한 청하 선생님을 존경하였다. 권순 낭송가는 여러 번 청하 선생님 행사가 있을 때 참석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인사동 거리의 추억

 

 

인사동이라고 하면 서울을 다녀가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돌아보고 싶어 하는 명소이다. 필자 또한 인사동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골동품을 파는 곳들이 있었고, 그림들을 볼 수 있었으며, 우리 생활에서 이용되었던 물품들이 고색을 띠고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는 재미 또한 있었다. 그리고 찻집이나 음식점이 많은 곳이라 누구와의 약속 장소로도 손색없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가 이곳을 자주 들리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말부터 현재 충정로 리시온 빌딩 사무실로 옮기기 전까지문예운동사무실이 종로 세무서 앞 종로오피스텔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문학진흥재단 산하 일을 도우면서 문예운동사무실에 자주 들러야 했고, 청하 선생님께 문학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사동 거리를 기웃거리며, 취향에 맞는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그런 익숙함 때문인지 지금도 약속할 때 인사동에서 만날 때가 많은데, 인사동은 넓은 서울의 중심지이기도 하여 만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다양한 음식들을 골라 먹을 수 있고, 찻집들이 많아 기호에 맞는 찻집을 찾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욱 선호하는 편이다. 지인들과 만나 한옥을 찻집으로 만들어 방에서 앉아 꾸며놓은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때면, 한옥의 편안함과 운치를 느낄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해서 좋기도 하다.

2002년으로 기억되는데 인사동에서 차를 마시러 갔다가 찻집 아래에 있는 헌책방에서 청하 선생님의 산문집살으리 살으리랏다를 만나 이만 원을 주고 책을 구입하여 선생님께 드렸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어디서 나왔어?” 하시면서 무척 좋아하셨다. 책을 펼쳐 책장을 넘겨 살펴보시며, “이거 내게 없는데! 기특도 하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책을 구했으면 가지고 갈 일이지 가져다드리는 것이 신통하셨던 것 같았고, 없는 책을 다시 구하여 반가우셨던 것 같았다. 청하 선생님께서 오래전에 출간하셨던 책을 만나 무척 기뻐하시던 생각이 새롭다. 오래 못 만난 혈육을 만난 듯하였다. 그 책은 출간 당시 필자가 서점에서 구입하여 보았던 책이다.

 

지금도 인사동에 나가면 전통찻집을 찾는 것이 관례처럼 되었다. 필자는 커피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 연유는 위염 기가 있을 때 의사가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하던 것이 커피를 선호하지 않게 된 이유였다. 다른 차를 마시면서도 커피를 마시지 않는 편이라 집에서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며, 여러 사람이 어울렸을 때 커피를 시켜도 머그잔에 담겨 나오는 커피를 한잔 다 마시기보다 남기는 것이 다반사이니, 커피를 시킨 날은 찻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뒤처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하니 커피 마니아의 심정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도 가끔은 커피가 생각날 때가 있지만, 그것은 다방커피라고 불리는 봉지 커피이다. 건강상 이유로 피하기는 하지만, 기업에서 특허를 낸 봉지 커피의 맛은 내게는 단연 최고의 커피 맛으로 생각된다. 자주 마셨다면 나도 적잖은 커피를 사다 날랐을 듯하다.

 

눈 내리던 어느 날 인사동 찻집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에 돌절구 여러 개를 상점 앞에 늘어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절구 위에 소복이 눈이 쌓이던 모습은 인사동을 생각하면 되살아 나는 풍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눈 내리는 어느 날 인사동 길에서 눈을 머리에 인 골동품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2023년 문예운동 겨울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