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담아 온 독도
이시은
독도로 향하는 마음은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울릉도에서 87.4킬로미터, 언젠가 가 보리리라 벼르던 그 뱃길이다.
강릉에서 울릉도로 가는 뱃길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고, 울릉도에 비가 연이어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독도를 보고 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천우신조 인지 어렵사리 찾아 온 길이라 하늘도 마음을 아는 듯 비가 오긴 하였으나, 구름 낀 날씨에 차창에 이슬 같은 빗방울을 조금 적시어 오히려 무더운 기온을 식히고 있었다.
2박 3일 일정의 돌아오는 날 독도로 향하는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저동항을 출발하여 독도로 기수를 잡은 여객선은 검푸른 파도를 가르며 망망대해를 달렸고, 넘실대는 파도를 타고 마음은 앞서 바다를 달리고 있었다.
어느 여행길 보다 궁금증과 불안함을 동반하는 시간이다. 일 년에 오십 여 일만 독도에 배의 접안이 가능한 날씨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이는 날은 배의 출항도 어려울 뿐더러, 무사히 출항을 하여도 파도가 일면 독도에 내려서 독도 땅을 밟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나라 땅이면서 일본의 시비에 온 국민들의 마음이 개운치 않는 독도를 생각하는 마음은, 한번쯤 확인하고 돌아와야 할 책임 같은 것이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그 곳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동해 절해의 고도 바위섬 독도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관의 관리가 어려웠다. 하지만 일본에게서 내 땅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지켜 낼 수 있었다. 조선 숙종 시대 안용복과 독도 의용대장 홍순칠을 생각하게 된다. 동래출신 어부였던 안용복은 두차례나 일본에 가서 독도와 울릉도가 우리 땅임을 확인받고 왔다. 이 일로 옥살이와 귀양을 가는 고초를 겪었지만, 그의 활약은 일본 메이지 정부로부터 독도와 울릉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확인하게 하는 중요한 근거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6.25 전쟁으로 정부에서 독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자, 일본은 독도에 무단상륙을 하여 어민들의 위령비를 없애고 시마네마현 오키군 다케시마(島根縣隱岐郡竹島)라는 팻말을 세웠다. 이것을 안 울릉도 출신 홍순칠과 울릉도 청년들이 모여 독도 의용수비대를 결성하였다. 홍순칠은 의용대장을 맏고 사비를 털어 무기를 사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수차례의 총격전을 하였다. 목숨 걸고 경찰에게 수비를 맡길 때까지 3년 8개월이나 독도를 지켜 냈다. 그 후에도 독도를 지키는 일에 일생을 바친 사람이다. 그들의 결의가 독도와 울릉도를 지켜 낸 것이다. 독도의 가치는 너무나 크다. 독도가 가져다주는 영해와 공해 그토록 엄청난 영토를 지켜낸 영웅들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독도의 모습이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독도의 모습이 조금씩 커져가고 가슴속은 흥분이 일기 시작 했다. 외롭게 서서 내 땅임을 보러가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저 작은 섬. 그 섬은 조금씩 베일을 벗으며 시야로 다가서고 있다.
일기가 좋아 배의 접안이 가능하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수비대 경찰들의 영접을 받을 수 있다는 방송이다. 접안이 이루어지는 순간 수비대원들이 나열하여 거수경례로 우리들을 맞이한다. 매점에서 수비대원 들에게 줄 수 있는 물품을 한 박스 사들고 하선을 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마주선 바위섬. 그동안 사진과 영상으로만 마주하던 독도에 드디어 발을 놓았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애국가 영상에 출렁이는 파도 위로 솟아오른 일출이 화면을 가득 채우던 그 독도에 서는 순간 목이 메이는 것은 왜일까?
엄연히 내나라 땅임이 분명하고, 내 나라 국민들이 자유로이 왕래 할 수 있는 이 곳을 어느 누가 이유를 달 수 있단 말인가. 신라 지증왕 때 이사부가 우산국을 항복시킬 때부터 이 곳은 우리의 영토였음을 일본이 진정 몰라서란 말인가. 사진과 영상으로 보아왔던 곳이건만, 어느 한 곳이라도 빠뜨릴세라 시계바늘처럼 돌며 사방을 보고 또 보았다. 갈매기의 울음도 예사롭지 않고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 또한 예사롭지 않다. 20여분 짧은 시간 만감이 교차하는 독도에서 몇 장의 사진을 담고 다시 배에 올랐다.
우리를 맞는 독도수비대 경찰들에게서 어제의 안용복과 홍순칠로 독도를 지키는 늠늠함을 보았다. 독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저동항으로 향하는 배에서 멀어져 가는 독도에 눈길을 떼지 못했다. 갈매기는 떠나가는 우리들을 배웅하듯 바위섬을 돌며 날고 있었다.
언제 다시 이곳에 와 볼 수 있을까. 독도는 더 또렷한 모습으로 내게 담겨 왔다. 내 나라 우리의 땅으로......일본의 지도에서 독도가 우리 땅임을 표시한 지도가 더욱 깊이 각인되어 온다.
한국문학신문 (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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