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봄, 성기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 현재까지)과 이문구 소설가 (당시 민족작가협의회 이사장) 등이 발기한 한국문화예술인 복지조합 발기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예술인 복지법을 입법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을 결의하고 3천 여명의 발기인을 확보하고 출범하였다. 그러나 이문구 소설가가 2003년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이에 성기조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은 혼자서 유관 기관과 관련자들을 찾아 ‘예술인 복지법’과 ‘예술인복지재단 설립’의 필요성을 알리고, 설득하는 글(뒤에 있음)을 쓰기 시작하였다. 이때는 예술인 누구도 이에 찬동하는 글을 한 편도 쓰지 않는 상태였다.
2009년 1월 1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성기조 이사장은 국회의원, 전국문화예술관계 행정관료, 예술단체 임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술인의 기초생계 보장과 문예진흥에 관한 법제화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강연회를 열어 입법관계자들을 설득했다. 결과 2011년 10월 21일 ‘예술인 복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이날 강연회에는 고흥길 국회문광위원장을 비롯한 소관 상임위원들이 참석하여 질의응답이 있었고 참석자들이 강연내용에 공감하는 등, 입법취지에 찬동하였기에 이 법이 무난하게 국회를 통과할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에술인복지법’이 통과된 후 이 법이 제정되기까지의 여러 사실을 모아 특집으로 꾸민 문예지 ?문예운동?(2012. 봄호. 통권 113호)에 관련 내용을 모아 수록하였다.(다음 페이지)
?예술인 복지법?에 관하여
?예술인 복지법?이 지난 10월 28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10년을 넘게 고대하던 법안이 통과되었기 때문에 예술계에서는 기쁠 수밖에 없다. 이 법이 공포되면 1년 후에 ?예술인복지재단?이 출범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예술인들의 삶이 좀 나아지리란 기대를 하면서 이 법이 제정되기까지 있었던 일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갖는다. ?예술인 복지법?에 거는 기대(좌담회)와 곧 공포될 법률 전문을 게재하고 그동안 이 법률제정을 갈망하는 뜻으로 여기저기 발표되었던 자료를 모아 공개한다. (편집자)
?예술인 복지법?- 전문
?예술인 복지법?에 거는 기대 - 좌담회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 발기 취지문
문화예술인복지조합 ‧ 1 / 성기조
문화예술인복지조합 ‧ 2 / 성기조
다시 ?문화예술인복지조합?에 관하여 / 성기조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 설립 및 운영계획
예술의 생존이 가능할까? / 성기조
문화가 문제다 / 성기조
가난한 예술가를 지원하는 방법 / 성기조
누구의 밥그릇인가? / 성기조
문화예술인공제회 법(안)에 관하여 / 성기조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에 관하여 / 성기조
문화예술인 공제회에 대하여 / 성기조
예술인 복지법 / 성기조
선진문화국가로 가는 길 -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예술가와 가난 / 성기조
예술가의 밥은 누가 책임져야 하나? / 성기조
?예술인 복지법? 통과 / 성기조
?예술인 복지법? 통과를 환영하며 / 김병권
業업의식과 프로의식 / 박진환
?예술인 복지재단? 출범에 거는 기대 / 최계식
한국문학진흥재단 사무처 제공
링크 http://cafe.daum.net/munyaeundong
?예술인 복지법?
- 전문
제1장 총 칙
제1조(목적) 이 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예술인 복지 지원을 통해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예술인”이란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자로서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
제2장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등
제3조(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① 예술인은 문화국가 실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공헌을 하는 존재로서 정당한 존중을 받아야 한다.
② 모든 예술인은 자유롭게 예술 활동에 종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예술 활동의 성과를 통해 정당한 정신적, 물질적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
제4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고 예술인의 복지증진에 관한 시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술인이 지역, 성별, 연령, 인종, 장애, 소득 등에 따른 차별 없이 예술 활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③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예술인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과 활동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제5조(표준계약서의 보급)
① 국가는 예술인의 복지 증진을 위하여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제1항1호에 따른 문화예술 분야 중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문화예술 영역에 관하여 계약서 표준양식을 개발하고 이를 보급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른 계약서 표준양식을 사용하는 경우 「문화예술진흥법」 제16조에 따른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 등 문화예술 재정지원에 있어 이를 우대할 수 있다.
③ 제1항에 따른 계약서 표준양식의 내용 및 보급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한다.
제6조(예술인의 경력 증명 등에 관한 조치 마련)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예술인이 고용,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 받지 아니하도록 예술인의 경력 증명 등에 필요한 별도의 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제3장 사회보장
제7조(예술인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호) 예술인의 업무상 재해 및 보상 등에 관하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제4장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제8조(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설립 등)
① 예술인복지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재단”이라 한다)을 설립한다.
② 재단은 법인으로 한다.
③ 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에서 설립등기를 함으로써 성립한다.
④ 재단에 대하여 이 법에 규정한 것 외에는 「민법」 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제9조(정관)
① 재단의 정관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 목적
2. 명칭
3.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
4. 이사회에 관한 사항
5. 임원 및 직원에 관한 사항
6. 재산 및 회계에 관한 사항
7. 공고에 관한 사항
8. 예술인 복지금고의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사항
9. 정관의 변경에 관한 사항
② 재단이 정관을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제10조(재단의 사업)
① 재단은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수행한다.
1. 예술인의 사회보장 확대 지원
2. 예술인의 직업안정․고용창출 및 직업전환 지원
3. 원로 예술인의 생활안정 지원 등 취약예술계층의 복지 지원
4. 개인 창작예술인의 복지증진 지원
5. 예술인의 복지실태 및 근로실태의 조사․연구
6. 예술인 복지금고의 관리․운영
7. 예술인 공제사업의 관리·운영
8.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사업
9. 그 밖에 예술인의 복지 증진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② 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제1항 각 호에 따른 사업 외에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제11조(유사명칭의 사용금지) 이 법에 따른 재단이 아닌 자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제12조(임원)
① 재단에 임원으로서 이사장을 포함한 15인 이내의 이사와 감사 1인을 둔다.
② 재단의 이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임면하고, 상임이사는 이사장이 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자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임면하며, 이사장 및 상임이사를 제외한 이사의 선임에 대하여는 재단의 정관으로 정한다.
③ 이사장․이사 및 감사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
④ 이사장은 재단을 대표하고, 재단의 업무를 총괄한다.
⑤ 감사는 재단의 업무 및 회계를 감사한다.
제13조(이사회)
① 재단에 그 업무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이사회를 둔다.
②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로 구성한다.
③ 이사장은 이사회를 소집하고 그 의장이 된다.
④ 이사장이 사고가 있을 때에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른 이사가 그 직무를 대행한다.
⑤ 이사회의 회의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⑥ 감사는 이사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제14조(사업연도 및 사업계획서)
① 재단의 사업연도는 정부의 회계연도에 따른다.
② 재단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매년도 사업계획서 및 예산서, 세입세출결산서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사업계획서 및 예산서를 변경하고자 할 때에도 또한 같다.
③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필요한 경우 재단에 사업계획 및 예산·결산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제15조(감독 등)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재단의 업무, 회계 및 자산 상황을 검사하게 하거나 검사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령할 수 있다.
②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검사의 결과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재단에 시정을 명령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제5장 보 칙
제16조(벌칙적용에서의 공무원 의제) 재단의 임원 및 직원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
제6장 벌 칙
제17조(과태료)
① 제11조를 위반하여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한 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② 제1항에 따른 과태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부과ㆍ징수한다.
부 칙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예술인 복지법?에 거는 기대
좌담회
1백만 명이 넘는 예술인들이 고대하던 「예술인복지법」이 통과되어 1년 후 부터 「예술인복지재단」이 출범되고 이 법에 따른 예술인에 대한 여러가지 국가적 혜택이 예술인들에게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이 통과되기 까지 여러 측면에서 활동했던 분들의 걱정은 “이제 부터”란 말로 대신한다.
이 말은 예술인들이 혜택을 받으려면 법 시행전에 만들어져야 할 시행령과 대통령령 등 기타 부수법안에 정교한 복지지원제도가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지에서는 이에 대한 긴급 좌담회를 개최하여 창작에 종사하는 문화예술인들이 궁금증을 해소해 드리려고 한다. (편집자)
참석자 (가나다 순)
김병권 (수필가. 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박진환 (시인. 전 한서대 대학원장, ≪조선문학≫ 발행인 성기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임수홍 (수필가. ≪한국문학신문≫ 발행인) |
1. 「예술인복지법」 논의의 계기
임수홍: 수고가 많으십니다. 본지에서 주관하는 좌담회에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난 10월 28일, 국회에서 「예술인 복지법」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동안 문화예술계에서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만 국회가 마침 F.T.A 문제로 시끄러워지고 파행으로 치닫기 때문에 「예술인복지법」도 이번 회기에서 통과를 보지 못하고 무산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고 있었는데 마침 민생법안으로 분 류되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 것은 창작예술계에서는 큰 수확을 얻었다 고 보여집니다. 이 일에 대하여 10년 전부터 관계하고 계셨던 성기조 선 생님 부터 말씀을 열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어떤 경로로 예술인 복지조 합을 설립하여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무척 궁금합니다.
성기조: 네, 1980년대 유네스코에서 세계를 이끌어 가는 선진국가를 상대로 창작예술인들의 경제적인 문제, 삶의 문제에 대하여 외면할 수 없다는 결의를 한 바 있습니다. 그 내용은 창작예술인들은 국가발전의 동력이 되는 문화를 만드는 주역인데도 그 작업을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국가가 책임지고 그들의 생활을 돌보아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하고 우선 선진국에서 부터 예술인들을 지원해야 된다는 권고 결의안을 만들었습니다. 오늘의 국가발전 지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문화에 초점이 맞추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문화국가로 발전시켜 높은 문화발전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역대 대통령 마다 정책목표를 내놓고 있습니다만 막상 문화국가를 만들고 문화발전을 이룩하는 창작 예술가들은 굶는 지경에 이른다면 누가 문화국가 건설에 동참하느냐 말이죠.
세계적으로 창작 예술인들의 생계문제를 국가가 나서서 법을 정비하고 지원하기 시작한 역사는 불과 30년밖에 안 되는 것이지요. 이런 제도를 보고 익힌 사람들이 2000년 8월에 “한국문화예술 복지조합” 창립을 서둘러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박진환: 지금 생각해보면 기억이 납니다만 “문화예술인 복지조합” 발기취지문과 발기인 승낙서를 그 무렵 받았었습니다.
성기조: 그럴것입니다. 그때, 박선생이나 김병권 선생도 취지에 찬동하시고 발기인 승낙서를 보내 주셨지요.
김병권: 그때 사무실이 종로에 있었던 것 같은데…….
성기조: 그랬지요. 종로 3가 파고다공원 뒤, 종로 오피스텔 907호였습니다. 발기문과 승낙서 5만 장을 만들어 예술계 전반에 우송했는데 한 달만에 1만 명이 넘게 발기인 승낙서를 보내 주셨더군요. 예술인들이라면 누구나 바라던 일이었기에 그만큼 많은 분들이 승낙서를 보내주셨던 것입니다.
김병권: 지금 그 서류들이 있겠군요.
성기조: 물론입니다. 승낙서와 취지문이 보관되어 있지요.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 발기 취지문이었고 그 글을 내가 썼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시인, 작가들을 포함하여 순수예술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삶의 질을 따지기 이전에 어려운 환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창작예술을 중단해야 하는 말못할 상황인데도 오직 창작을 위하여 온 몸을 태워야하는 딱한 사정이 우리들의 실정이다.
이런 급박한 현실 속에서 오로지 작품창작에 매달릴 수 있는 길은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 최소한의 창작환경을 조성하는 일 뿐이다. 이 를 위해서는 우리들 스스로가 굳게 뭉쳐 어려운 경제사정을 돕는 보호장 치를 만들어야 한다. 갑자기 지출해야 하는 의료비, 자녀교육비, 해외 취재 비, 작품집 발간, 발표회 및 공연 경비, 주거를 위한 융자, 노후 보장을 위 한 연금과 애경사 때, 일체감을 갖게 하는 위로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비 를 지원해 주는 제도를 우리들 스스로가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략)… 생산적 복지정책을 지향하는 정부의 지원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가칭 “한국문화예술인 복지조합” 발기인 대표로는 내가 뽑혔었지요.
이 문건을 정부와 국회, 신문사에 돌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예술인 복지 제도를 설명했지만 선뜻 호응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모두 두 눈과 귀를 막 고 귀찮다는 반응이었는데 언론에서는 유일하게 중앙일보에서 관심을 가 져 주었고, 국회의원 몇 사람 그리고 정부 관료 몇 명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도 그들의 업무적 아이디어 차원으 로 알아보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들이 이럴수록 우리들은 더욱 열심히 당국자들을 만나서 설명했었습니다. 생산적 복지정책에 관심을 가졌던 김대중대통령이 이해하는 듯 했으나 창작예술계에서 큰 호응이 없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지요.
김병권: 그래,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성기조: 참 힘들었습니다. 추진하던 몇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얻은 결론이 다음 대통령 후보들에게 설명해서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이회창 씨와 노무현 씨에게 연락해서 이들을 만나 설명하고 차기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채택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지요. 그러나 노무현 캠프에서는 연락 이 없었고, 이회창씨 쪽에서만 연락이 왔었습니다. 펜클럽회장단과 황금찬, 구인환 등 7, 8명이 한나라당으로 찾아가 공약으로 채택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이 일이 예술인 복지문제가 정치권으로 접목한 최초의 계기가 되었지요.
성기조: 생산적 복지정책은 김대중 대통령의 국가 경영지표였고 창작예술인들이 배고픈 현실이 사실인 이상 어쩔 수 없었는지 관료들이 귀를 열기 시작했고 정책적으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한국문인협회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이 참석하여 처음으로 복지조합 문제에 대하여 자세히 아는 기회가 되었으나 그들이 관심을 갖 지 않았던 것은 문인의 대표단체의 수장으로서는 좀 안된 일이었지요.
임수홍: 많은 예술가들이 자세한 것을 몰라서 그랬을 것입니다. 사실, 너무 큰 일이었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박진환: 그래도 그런 자세는 안되지요. 예술인들, 특히 문인들의 복지문제였다면 당연히 관심을 가졌어야 합니다. 예술인들이 무직으로 구분되는 사회에서는 국가적으로 도움을 줄 근거가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은행에 가서 신용대출을 해도 직업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직업란에 시인, 소설가라 쓰면 무직으로 분류되어 신용대출도 안되는 것이지요.
이런 엉터리없는 일을 당하면서도 우리들은 이 나라가 문화국가로 발전하고 정보사회로 치닫는 오늘의 현실을 보면서 창작예술을 발전시켜 왔다면 그 창작과정을 생각해서도 직업으로 대우하는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김병권: 맞습니다. 박선생의 견해가 예술인도 직업인으로 분류할 수 있는 근본적 단서를 제공했다고 봅니다.
성기조: 그렇지요. 예술인들이 국가발전의 동력인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국가가 인정해야 하고 또한 예술이 교육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이익에도 기여하지만 창의력이 중시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써 예술 작품이 공공재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그 작품을 만든 예술인들을 국가가 반드시 보상해야 합니다. 이런 이론이 선진국들이 창작 예술가를 보상하는 근거로 활용합니다.
김병권: 그 문제가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에서 당초 「예술인 복지법」을 본격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문제였지요. 문제는 산재보험의 혜택을 입으려면 직업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예술인은 직업이 없다는 것이지요. 이 이론을 반박하는 재료가 예술창작품을 공공재적 성격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은 대부분 국가의 것입니다.
그리고 문화유산이 많을수록 국가의 위신이나 지위는 상승하는데, 그런것을 창작한 예술인들이 굶는다면 말이 안됩니다. 때문에 창작예술인들을 당연히 직업인으로 보아야 하지요.
박진환: 기획재정부의 반대도 컸습니다. 「예술인 복지법」이 예술계란 특수 집단을 위한 법안이란 생각이었지요. 자신들이 좋아서 한 일인데 공공재의 성격으로 보아달라는 것은 지나치다라는 생각이었지요. 그래서 특별한 사람들의 집단인 예술인측만을 위한 법률인데 어떻게 국가예산을 편성하느냐는 이론 때문에 2010년 예술위에서 연 공청회를 계기로 예술인 복지법이 물 건너간 때도 있었습니다. 이때 대표적 문인단체에서는 사무직원 한 사람만 참석했더군요. 별 관심없다는 생각을 나타낸 대표적인 일이지요.
성기조: 맞습니다. 대표적 문인단체에서는 전혀 관심을 쏟지 않고 연수원 만드는 일, 묘지 만드는 일에만 열중했으니까요. 지금 그 일들이 모두 이루어진게 하나도 없잖습니까. 때문에 무슨 일이고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해야된다는 것입니다. 2011년 6월에 예총에서 주관한 「예술인 복지법」을 통과시켜 달라는 결의를 전달하기 위하여 국회에 갔던 일을 사진 찍어 놓고 그 법안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했다고 사진을 내돌리는 꼴도 내용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낯 뜨거운 일입니다. 그런 법안이 어찌 1-2년에 이루어질 수 있습니까?
2. 「예술인 복지법」에서 다뤄질 문제
박진환: 예술인들의 산업재해 보상보험 적용에 관한 문제가 중요하지요. 「예술인 복지법」 제7조에 나타난 예술인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호 조항입니다. 이 부분이 예술인을 직업인으로 대우하고 업무상 재해를 당했을 때 보상을 하겠다는 의지입니다만 시행령에 어떻게 규정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성기조: 그 문제는 전문가와 경험자를 동원하여 범 문단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법에는 ‘산업재해 보상보험법에 따른다’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고용 노동부와 적극적인 토론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손질도 예상되는 문제이기도 하지요.
임수홍: 아주 민감한 문제겠군요.
성기조: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창작 예술인들의 주장만 있어도 안되는 것이지요. 다른 직업군과 상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시행령이나 대통령령을 만들고 이와 상충하지 않게 정교한 구상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박진환: 고용노동부와 협의하여 빨리 손써야 하기 때문에 문화부에서 계획을 세우겠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어떻게 설계해야 되느냐. 구체적인 협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예술인들의 실태조사도 이루어져야 하고 산재보험법도 연구해야 합니다.
김병권: 그럴만한 실무 경험이 있는 인재를 찾아야하는데 걱정입니다. 특히 문인들은 법이나 보상 등에서 취급하는 계수에 대하여는 어둡기만 해서요. 또한 산재보험이 적용될 때 보험료률의 산정과 기준에 대하여도 구체 적인 설계를 해야 단군 이래 처음 국가가 지원하는 예술인 복지문제를 완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기조: 그렇습니다. 또한 「예술인 복지법」 제5조에 명시된 표준계약서 문제도 깊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문화예술 영역에 관하여 계약서 표준양식을 개발하는 문제와 이를 보급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법의 근거를 생각하면 예술인을 직업인으로 보는 근거가 됩니다. 예술인들은 대부분 프리랜서적 일꺼리로 일이 장기간 계속되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또한 4대 보험 미가입자가 대부분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를 명확하게 구분지워야 합 니다. 프랑스의 예를 하나 들까요. 공연, 영화, 방송 분야의 비정규직 예술 가와 기술자가 최소 10개월 동안 507시간 넘게 일한 뒤, 새 작품에 참여 하지 못하면 실업으로 간주해서 실업 수당을 신청할 자격을 줍니다. 실업 수당을 받고도 8개월이 지났으나 일자리가 없다면 수당은 끊기고 다른 생업을 찾아야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런 규정은 창작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계속 놀고 먹는 사람은 국가가 더 책임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교하게 세부적인 일까지 규정하는 일은 선진 외국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것입니다. 하여튼 광범위한 지식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임수홍: 오랜시간이 지났읍니다만 예술인의 자격은 어떻게 정해집니까.
성기조: 「예술인 복지법」에 규정된 대로 해야겠지요. “예술인이란 예술활동을 업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 드는데 공한하는 자로서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예술가라면 「예술인 복지법」을 근거로 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엉터리없는 이야기 같지만 어느 시인이 어떤 단체에 문인들도 이 법에 따라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사무책임자가 「예술인 복지법」에 문인이 빠져서 넣어 달라는 성명서를 지금 준비한다는 답변이 었답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법에 명시된 “창작”이란 말에 주의하라고 일렀습니다. 법조문의 어구도 해석 못하는 사람들이 문인단체 의 사무책임자라면……, 참 그런 사람이 문학에 종사하는 문학인이 맞는지……. 한심합니다.(일동 웃음)
김병권: 하여튼 성기조 선생, 이 법은 만드시는데 직간접적으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2009년 1월 16일 국회에서의 예술인 복지조합 설립에 대한 강연을 듣고 느낀게 많았습니다만 10년을 하루같이 이 일을 위하여 애써주신 공로는 참으로 크다고 생각합니다. 창작 예술인이 직업인으로 대우받는 길이 열리고 산재보험 등, 국가적 혜택을 받는 기회가 주어지는 「예술인 복지법」의 통과를 예술인이면 모두 기뻐해야 할 것입니다.
성기조: 감사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2010년 10월에는 전북예술인대회 (전북예총 선기현 회장)에서 초청강사로 불러 이 문제를 상세히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전북 예술인들, 그리고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지에서 거주하는 예술인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하나같이 예술인 복지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기를 비는 마음이 하나로 뭉쳤기에 이일이 완수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임수홍: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 「예술인 복지법」의 탄생비화를 알게 되었고 앞으로 이 법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시행령이나 대통령령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도 깨우쳤습니다.
이 기사를 보시고 의문되는 점은 본사로 알려주시면 성의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한국문학신문 2011. 12. 1에서 전재)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 발기 취지문
우리 시인 작가들을 포함하여 순수 예술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삶의 질을 따지기 이전에 어려운 환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창작예술을 중단해야 하는 말 못할 상황인데도 오직 창작을 위하여 온몸을 태워야 하는 딱한 사정이 우리들의 실정이다.
이런 급박한 현실 속에서 오로지 작품 창작에 매달릴 수 있는 길은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 최소한의 창작환경을 조성하는 일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들 스스로가 굳게 뭉쳐 어려운 경제 사정을 돕는 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갑자기 지출해야 하는 의료비, 자녀 교육비, 해외 취재 경비, 작품집 발간, 발표회 및 공연 경비, 주거를 위한 융자,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과 애경사 때 일체감을 갖게 하는 위로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우리들 스스로가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스스로 돕는 자를 하늘이 도와주듯 우리들의 성의 있는 노력으로 이 일이 추진된다면 생산적 복지정책을 지향하는 정부의 지원은 물론 경제계의 호응도 얻게 되리라 믿는다.
선진국의 순수 예술가들은 먹고 사는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정부 당국이나 예술기관이 예술가들이 살아가기 어려워 창작활동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란 게 우리들의 희망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는 국가정책이라면 문화대국으로 발전할 수 없다. 또한 우리 예술가들이 일치 단결하여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21세기의 발전된 문화를 이룩해 내지도 못할 것이다.
1백만 명에 육박하는 전국의 예술가 및 동호인들이 함께 모여 일종의 예술가 보험이라고 할 만한 가칭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을 발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0년 8월
가칭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
발기인 대표 성기조
문화예술인복지조합 ‧ 1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우리 시인 작가들을 포함하여 순수예술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삶의 질을 따지기 이전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창작예술을 중단하여야 하는 말 못할 상황인데도 오직 창작을 위하여 온 몸을 태워야 하는 딱한 사정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2002년 8월에 가칭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은 발기 취지문을 공표하고 어려운 삶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복지조합 설립을 추진하였다.
그동안 수도 없이 관계 당국을 찾아다녔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1만 명이 넘는 발기인 승낙서를 받고 언론기관에 호소하여 많은 同調동조를 얻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감개무량한 일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이런 급박한 현실 속에서 오로지 작품 창작에 매달릴 수 있는 길은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 최소한의 창작환경을 조성하는 일뿐이란 생각을 갖는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들 스스로가 굳게 뭉쳐 어려운 경제 사정을 서로 돕는 보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굶어 죽어서야 되겠는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 우리들은 숱한 땀을 흘렸다. 어렵지만 이를 악물고 정신을 가다듬어 창작해 내는 예술품이 뒷날 우리들의 후예가 지닐 정신적 가치가 되고 민족의 유산으로 남을 것이란 비장한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현실은 예술인이 굶어 죽으면 아무것도 소용없다.
예술품도 최소한의 생활이 유지되어야 창조된다. 그래서 우리들은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복지정책을 요구했고 그 저액이 30만 명이 넘는 예술인들이 가난에 찌든 삶을 조금이나마 펴줄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기대 이하였다. 물거품처럼 정책은 사라졌고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절망이 다가와 바위처럼 우뚝 섰지만 우리들은 아직도 복지조합 설립을 포기할 수 없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이 분홍빛 정책을 내놓고 표를 모으고 있다. 우리들은 그들에게 기대를 걸어야 한다. 어떤 한 후보는 “생산적 복지정책은 바로 시장경제로 말미암아 생기는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분열과 갈등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사회통합의 정책” 이라고 갈파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생산적 복지정책을 펴겠다고 말한다. 어디서 들어본 말 같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생산적 복지정책이란 말은 수도 없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정작 그 내용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시장경제로 말미암아 생긴 사회적 분열이라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쪽은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예술작품을 창작해도 먹고 살 만한 보수를 받아 본 적이 없다. 이러한 불균형에서 불평과 갈등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사회 통합 정책이라면 문화예술인복지조합은 벌써 설립되었어야 마땅하다. 이치가 이런데도 문화예술정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후보자는 아직 없다. 영호남화합, 동서화합 등 정치통합만 말하면서 문화예술은 뒷전으로 밀어 놓는다.
30만 명의 문화예술인들의 비참한 현실을 어떻게 치유하고 예술창작에 따른 대우는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은 있어야 하는 데도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사회발전의 네 가지 軸축은 정치․경제․사회․문화란 말을 즐겨 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문화는 철저하게 냉대를 받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은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화란 말, 예술이란 말을 즐겨 쓰면서도 문화예술인들에 대하여 사탕발림만 하는 정책, 실현성 없는 口號구호, 눈과 귀를 가리는 일에 대하여 속아서는 되지 않는다. 모두 고루 혜택을 받는 문화예술인복지조합은 꼭 설립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인복지조합 ‧ 2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사람이 한평생, 이 세상에 태어나서 떵떵거리고 살지는 못해도 먹고 입는 걱정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수많은 예술가들은 먹고 입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에 할 일을 못한다.
예술가들의 할 일이란 바로 창작이다. 창작에 종사하지 못하고 먹는 걱정, 입는 걱정, 자식들 기르는 걱정에 한 평생을 보낸다면 어떻게 될까? 말할 것도 없이 창작 예술은 없다. 창작 예술이 없다는 것은 후대에 물려 줄 문화유산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되니까 우리 민족의 문화는 말할 수 없는 황무지가 될 것이다.
문화가 없는 민족, 예술이 없는 국가는 아무리 잘 살아도 문화국가란 말을 듣지 못한다. 어찌 그 뿐인가, 수많은 나라나 사람들도 그들을 대접하지 않는다.
석유값이 엄청나게 비싸다. 중동의 산유국들은 석유생산을 조절하면서까지 석유 소비국들의 돈을 긁어 모은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만지는 나라가 그들이다.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가도 돈 많은 부자로 대접받지만 문화가 있는 민족, 예술이 있는 나라, 아니 훌륭한 문화를 가진 사람으로 추앙받지 못한다.
그것에 비하면 이제 겨우 중진국 대열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고 몸부림치는 우리들이 문화민족으로 더 큰 정신적 대접을 받는다.
5천년의 역사가 있고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이 있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갖지 않았어도 대접받는 까닭은 순전히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와 예술 덕분이다.
문화와 예술은 한 나라의 정신이요, 한 민족의 빛깔이며,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존심이다. 이치가 이렇게 분명한데도 지금 우리들은 문화예술에서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리가 문화 민족이요, 탄탄한 역사를 가진 나라라고 큰소리치면서도 당장 먹고 살기에 버거워 문화와 예술을 접어두고 있다.
문화와 예술을 우대하지 않으면 그것을 창작하는 예술인들은 사회에서 외면당한다. 예술인들이 외면당하면 민족 문화, 민족 예술은 없어진다. 줄잡아 2십만 명에 육박한다는 우리 예술인들이 삶에 허덕인다면 예술창작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 말은 바로 國政국정을 이끌어 가는 분들의 말이고 국가의 지표가 되어 있다. 삶의 질을 따지면서 잘 살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이 활발해야 되고 이윤을 많이 내는 기업은 문화예술의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기업과 국가가 문화예술인들의 가까운 후원자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기업도 국가도 문화 예술에 대하여 큰 관심이 없다. 물론 문화예산이 적기 때문이란 변명도 있을 수 있고 기업 활동이 IMF이후 크게 위축되었기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오늘의 문화예술인들의 곤궁한 생활은 문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풀어야 할 話頭화두가 되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문화의 이미지가 상품의 가치를 좌우 한다고까지 말한다. 이 말은 브랜드 파워가 취약한 우리 상품이나 기업은 세계를 제패하거나 도약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국가간의 우수한 예술교류는 기업도 살리고, 상품도 살리며, 국가의 명예와 위신을 한 층 더 높여 준다. 이러함에도 우리는 말 뿐인 문화예술인 후원, 말 뿐인 예술지원 정책에서 맴돌고 있다.
기업이 성공하고 싶으면 문화를 활용하라는 말이 있듯 국가가 성공하려면 문화예술의 힘을 길러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문예진흥원도 있고 메세나협회도 있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종 문화행사에 행사비도 후원하지만 모두가 말 뿐이고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생산적 복지’를 정책으로 내놓았다. 이 말이야말로 문화예술인들에게는 딱 들어맞는 말이다. 작품을 창작하면 생산하는 것이요, 먹고 사는 데 걱정 없는 것은 복지가 된다. 문화예술인이면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이 연금을 받는 나라도 있다. 또한 급할 때는 은행에서 융자도 받는다. 작품을 가지고 많은 국민들의 존경을 받기 때문에 신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제도가 없다. 예술원 회원들에게 지불하는 수당(?)은 일생동안의 업적에 대한 보상이지만 아주 적은 액수다. 문예진흥원에서 주는 연금은 극소수의 인원에 한정되어 있다. 은행에서 융자를 받는 일은 예술인들은 일정한 직업이 없는 자들이기 때문에 신용대출이 불가능하다. 예술창작이 무직으로 간주되는 나라는 대한민국 뿐이다.
농민들은 싼 이자로 농사자금을 쓴다. 그러나 예술인들은 작품을 가지고 이런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이런 각박한 현실에 예술인들도 일정액을 부담하고 정부와 기업이 출연해서 운영하는 문화예술인복지조합을 구상해 본다. 이러한 예술인복지조합은 꼭 있어야 한다.
여러 해 전부터 준비해오던 문화예술인복지조합이 결성되면 당장 굶는 예술인, 급한 일을 당한 예술인들에게는 숨통이 트일 것이다. 예술인 모두가 나서서 우리들의 숨통이 트일 문화예술인복지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2000. 7. 15
다시 ?문화예술인복지조합?에 관하여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문화예술인복지조합을 설립해야 된다는 글이 나간 뒤, 편지와 전화를 숱하게 받았다.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이니 빨리 추진해 달라는 말이 가장 많았고, 더 구체적으로는 급할 때 은행에서 얼마간의 돈을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이라도 텃으면 좋겠다는 게 그 다음이었고 더 나아가서는 정부나 사회에서 관심을 표명하지 않더라도 우리끼리 만들어 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늦었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이야기는 문화예술인들이 단결해서 복지조합을 발족하고 정부에 기대를 걸어 보자는 생각인 것 같았다. 이 말을 해온 분은 중견작가로서 평소 문화예술계의 복지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그 분은 문화국가를 지향하고 다가오는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말하는 정부가 문화예술인들의 생계문제에 대하여 외면하겠느냐는 주장도 함께 폈다.
물론 그렇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문화유산을 창조할 만한 예술가들이 이를 외면하고 먹고 살기 위하여 동분서주한다면 오늘의 문화예술은 불모지에 가까워질 것이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예술가가 아니다. 그리고 후손들에게 전해줄 문화유산도 없다. 이래도 정부가 문화정책을 논하고 문화국가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 문화예술인들은 단연, 두 주먹을 쥐고 조합을 만들어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도 당연한 논리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논리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정부나 기업들 모두가 당장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 만족하고 좀더 기다려 보자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들은 문화예술계가 명맥과 명분으로만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지원사업을 재정문제를 들고 나와 문화예술계를 설득하려고 한다.
국가재정 규모가 커지고 기업이윤이 더 많이 창출되면 예술계를 외면하겠느냐고 우리들을 위로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농민들도 값싼 이자로 농사자금을 쓰고 있으며 심지어 도심지 재개발 사업에도 파격적인 싼 이자로 몇 10억 원씩 융자해주는 이 마당에, 문화예술인들은 단 돈 백만 원도 예술가의 이름으로 대출 받을 수 없다. 아무런 혜택도 못 받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건 당국의 무관심 때문이다. 문화예술인들을 대접하지 않으면서 문화국가, 문화의 세기를 말하는 것은 산에 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당대를 살아가는 예술인들이 쉬지 않고 작품을 만들 때, 찬란한 민족문화는 열리고 문화의 세기를 이끌어 갈 주역이 성장된다는 사실을 정부 당국은 깊이 깨달아야 한다.
또 한 분의 제의가 인상적이었다. 단돈 백만 원을 대출받기 위하여 은행에 가도 예술인들은 무직자로 분류되어 신용이 없단다. 예술가가 무직으로 분류되는 나라에서 예술가도 당연히 생산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란 인정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예술작품을 창작해서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들이 두 손 놓고 놀고 먹는 사람으로 대접 받을 수 없다는 이 말은 다분히 항의성 발언이기도 했다.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 동병상련, 문화예술인끼리만이라도 조합을 설립해서 힘을 모으자는 의견이었다. 오죽 급해야 이렇게 말하겠는가. 날마다 걸려오는 10여 통의 전화, 대여섯 건의 편지를 읽으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가를 이해하게 되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이제 발족되는 ?문화예술인복지조합?에 관하여 정부와 사회, 그리고 이 조합의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인들의 단결된 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조합의 앞날이 밝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0. 8. 15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설립 및 운영계획
•설립취지
2000년, 문화의 세기를 맞이하여 문인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문화예술활동 종사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제적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문화예술인의 긍지와 사명감을 높이고 우리나라가 명실 공히 선진 문화복지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코자 함.
•기본방침
․ 수혜 대상은 대한민국 전체 문화예술인 중 본 조합의 취지에 찬동하여 소정의 등록 절차를 마친 자로 한다.
․ 본 조합의 운영기금은 등록 회원이 내는 일정 납부금(회비)으로 충당함을 원칙으로 하되 운영초기에는 정부(또는 민간 기업체)의 출연금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 조합원에게 복지혜택을 지원함에 있어서는 문화예술인의 생계 및 품위 유지에 필요한 ① 자녀학비 ② 주거비 ③ 작품집 간행과 공연작품 발표 및 전시 등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융자 사업과는 별도로, 애경사가 있을 시에는 조합원의 불입금에 비례한 일정 금액의 경조금을 상환없이 지급토록 한다. (예: 본인 및 직계 존속의 사망, 자녀 결혼시 등)
•세부 운영계획
1) 회원확보
․ 대상 : 대한민국내의 예술단체에 가입된 회원 및 동호인
․ 목표(가입 전망) : 전체 대상 회원 30만 명 가입 예상
․ 가입 요건 : 본 조합의 복지혜택을 받고자 희망하는 자로서 소정의 가입원서를 제출하고 월회비를 납입한 자
․ 홍보 실시 : 각 방송 신문 등 언론매체에 홍보하고 관련 문화예술단체에 안내서를 발송, 적극적인 협조를 유도한다.
2) 기금조성
․ 정부 및 민간 출연금
․ 자체 조성 기금
․ 자체 기금 조성방법 - 가입한 회원(조합원)으로부터 월회비 징수 - 가입 후 50개월간 월 1만 원씩 징수(1인당 총납부액 50만 원) (본인의 희망에 따라 일시납부 허용)
․ 회원 납입 금액 : 500억 원(500,000 × 100,000명)
․ 정부 및 민간 출연금 : 500억 원
* 가입 후 회비 미납사례 발생 등으로 약간의 차질이 예상되나 일시불 권장, 선납 회비의 이자 수익을 감안하면 500억 달성 무난할 것임.
3) 융자시의 이자책정과 애경사시 보조금 지급
․ 대출 이자율은 회원의 수혜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므로 년 5% 이하의 최저 이자로 함.
․ 상환시 1~2년 정도의 거치 기간을 설정하고 장기 분할 상환을 가능케 하여 부담을 덜어 줌.
․ 애경사시 보조금 지급 : 조합비 불입금에 비례한 일정 금액을 그때마다 지급
* 기타 융자에 따른 상환 이행확보 방안 강구
- 융자 조건을 다양하게 설정, 최대한 본인의 형편에 맞는 조건에서 융자가 가능케 하고 상환시에 무리가 없도록 한다.
- 융자 신청시에 연대 보증제를 없애고 본인과의 신뢰에 바탕을 둔 간편한 대출방법을 강구함으로써 마음 속으로부터 고마움을 느껴 성실히 상환의무를 이행케 한다.
- 부득이한 연체 발생시는 본인 희망에 따라 재대출을 실시하고 전회 대출금 및 연체료를 회수하여 장기간 연체되는 것을 방지한다.
4) 예상 수혜자 판단
․ 년간 200억 원 대출시
1인 1,000만 원 지원시 : 수혜자 → 2,000명
1인 500만 원 지원시 : 수혜자 → 4,000명
* 5년차 이후 자체 조성기금의 전액가동으로 수혜자는 늘어날 것임.
* 서울을 제외한 각 시․도 등, 지방의 경우에는 상주하는 회원수가 적으므로 소수의 수혜로도 파급 효과가 클 것임.
5) 조합 사무국 운영
․ 서울 시내에 조합 사무국을 두고 회원 관리 및 융자 업무를 담당케 한다.
․ 조합설립에 따른 효율적인 업무추진을 위해 정부 및 문화계 인사로 위촉하는 조합설립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조합의 발족 업무를 촉진한다.
* 사무국 운영에 따른 경비 지출
- 사무실 임대, 사무요원 급여, 기관운영 판공비 등, 최소한의 경비는 기금에서 지출하되 외부위촉 인사에 대해서는 무보수로 한다.
•추진 일정 (사전 준비 사항)
․ 관계기관 협조 및 기초설문조사 실시 - 2000년 12월까지
․ 조합설립 준비위원회 구성과 활동 - 2000년 12월까지
․ 조합설립 지원 법령의 제정 - 2001년 12월까지
* 상세한 정관 및 시행규칙은 전문용역업체에 맡겨 작성하고 있으며 창립총회 이전에 공개될 것임.
예술의 생존이 가능할까?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김대중(국민의 정부) 정부 때, 문화예산이 164%나 증액되었다고 크게 홍보한 일이 있었다. 그 때, 문화예산은 1조 2515억 원으로 전년대비 5.4%나 늘었다는 것이었다. 문화예산이 정부 재정대비 1%를 넘어섰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자랑할만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화관광부가 체육, 청소년 등, 기구가 방대해져서 예산이 늘어난 것이지 문화예술 진흥같은 순수문화비 증가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태산은 분명 울었는데, 놀란 것은 생쥐 한 마리였다면 창피한 일이란 생각이다. 문화예산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타난다.
문화예산이 늘었다고 자랑하는 와중에서 창작예술에 대하여 얼마나 쓰였는가 따져보면 기가 찬다. 2007년 2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문화 분야 사회서비스 관련 보고서 내용은 우리 문화예술의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연극, 국악, 클래식, 무용 등 공연단체 14여 곳의 2004년 총수입이 1,584억 원이었다. 단체별 평균 수입은 1억 원 남짓, 그나마 수입의 60%는 공공지원이었다. 공공지원 없이는 연명이 불가능한 게 우리 문화예술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창작활동에 전념하는 예술인이라 해도 월 1백만 원을 웃도는 사람이 40%에 불과하다는 것은 생계비에도 못 미친다는 말이다.
한 달에 1백만 원으로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21세기, 오늘의 현대사회에서는 문화가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이란 사실을 누구나 말한다. 그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런데도 예술계는 기아선상에서 배고픈 소리만 낼 뿐 뚜렷한 발전양상이 보이지 않는다.
예술의 중심은 문학과 미술, 음악, 연극 등, 창작예술이 주가 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출현되면서 이 부문을 기초예술이라고 명명하고 그들은 꾸준히 기초예술을 살려내야 한다고 외쳐댔지만 그 결과는 참담할 뿐이다. 참담하다 못해 딱하기만 하다.
창작예술인들이 기초생활 보장 대상자로 분류되고 예술계가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이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까닭은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는, 문화예술의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림이나 음악, 문학책이 출판된다고 해서 사보는 사람이 없다. 둘째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정부지원이 줄어드는데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문화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2006년 11월, 문화향수 조사 결과 2005년 6월~2006년 5월 중, 1회 이상 예술행사를 즐긴 사람은 65.8%였다. 2003년 보다 3.4% 늘어난 것이지만 순전히 영화 관람객 증가였을 뿐, 다른 분야는 오히려 크게 줄었다. 미술관 관람객은 10.4%에서 6.8%로 클래식은 6.3%에서 3.6%로, 전통예술은 5.2%에서 4.4%로, 연극과 뮤지컬은 11.1%에서 8.1% 떨어졌다. 더구나 문예진흥기금이 민간기금으로 바뀐 뒤, 기금 총액이나 지원금도 줄고 있다. 더구나 정부의 문화예술 관련 예산도 국민의 정부 때, 국내 총 생산의 1% 규모였는데 이 보다 훨씬 줄었다.
지금까지 말한 것은 집단성을 띈 공연예술 쪽의 사정이지만 창작예술의 본류라 할 수 있는 문학을 살펴보면 더욱 비참하다.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시인이나 작가들도 제 주머니를 털어 책을 내고 있는 풍토에서, 그것도 책을 공짜로 돌리는 마당에서 무슨 수입으로 먹고 살아가면서 글을 쓸 것인가? 생각해 볼수록 기가 막힌다.
대부분의 기초생활보장자는 문학 분야에서 나온다. 이런 현실 때문에 예술의 중심분야가 되는 문학을 되살리지 않으면 안된다. 문학은 모든 예술에서 수원지와도 같다. 수원지에 물이 마르면 결과는 뻔한 일이다. 동남아를 휩쓸고 미국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한류도 그 내용이 풍부해지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문학이 앞장서서 발전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해 온 문화정책은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 나눠 먹는 것이었다. 편식은 사람의 건강을 해치듯 한 쪽만 챙기는 정책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리고 나눠 주었다면 어떻게 쓰였는지 확실하게 알아보아야 한다. 눈 감고 넘어가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문화행정도 이제는 전문화, 조직화, 규모화가 필요하다. 정책의 우선순위와 짜임새 있는 예산집행이 이루어지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방만한 생각과 나눠주기 식의 문화정책은 예술의 생존까지도 막는다. 창작예술인이 생계를 걱정하는게 아니라 생존까지 걱정해서는 우리 예술은 뒷날 황무지가 될 것이다.
문화가 문제다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미국 다음의 문화대국인 일본은 2008년 기준으로 수출은 70% 증가한 반면 문화상품 수출은 3배 이상 늘어났다. 세계 만화시장의 60%를 점유했고 애니메이션․게임․소설․패션과 건축에 엄청나게 열광하는 세계인들을 양산해 냈다.
일본이란 국가 브랜드를 확실히 구축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온 세계 사람들은 일본의 스시, 기모노, 게이샤, 후지산 등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 그 결과 일본문화는 고급문화란 이미지를 확산시켜 세계의 정상에 그들의 국가를 올려 놓고 젓가락으로 놀리는 손재주로(사실은 우리보다 못하지만) 일본음식을 고급음식으로 인식시켜 땀이 아닌 브랜드로 문화의 부가가치를 한껏 즐기고 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스위스 국제경영 개발원(IMD)에서 발표한 국가경쟁력은 세계 29위, 한국경제의 규모는 세계 13위이지만 거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라면 창피한 일이다. 유수한 경제연구소들의 연구결과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만큼 국가브랜드가 세계 13위로 올라가면 대략 1조 달러 이상의 상승효과가 있다고 진단한다. 엄청난 숫자다.
국가브랜드지수를 만든 사이먼 안홀트는 “관광객 유치와 외국인 투자, 상품판매에 국가브랜드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갈파했다. 이 말에 따라 우리나라의 관광객에 따른 수익을 따져보면 한국인은 1천3백만 명이 외국에 갔지만 외국인은 6백5십만 명 정도가 한국을 다녀갔단다. 그래서 관광적자는 1백억 달러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도 문화국가 건설을 내세워 으뜸가는 문화민족, 문화국가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문화예술에 대한 철학이 남다르게 투철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경영능력, 행정능력이나 정책입안을 주도할만한 적임자를 찾아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행정부의 수장에 임명하지 못하고 정실(?)에 가까운 사람이 문화행정 책임자로 들어 앉아 집권 3년차가 되었는데도 괄목할만한 정책이 없다.
경제 규모에 비해 초라한 국가브랜드가 한국의 이익을 갉아먹듯, 정책과 대안이 없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발전을 되레 주춤거리게 하고 있다는 말이 오고 간지도 오래된 일이다.
정부는 경제만 살리면 당장 한국은 선진화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논리에 동조하는 곳도 문화예술담당부서이다. 때문에 문화는 뒷전에 밀리고 정부는 정치와 경제에 매달려 있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국가가 올바로 발전하려면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 경제, 문화가 3박자를 이루어 함께 발전해야만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이것이 문화정책 입안의 철학이 되어야 한다.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란 슬로건을 내세워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뚜렷한 경제건설을 완성하지 못했기에 경제위기를 맞았고 세계가 몸살을 앓았다.
이대통령도 경제우선 정책을 내세워 당선되었지만 뚜렷한 처방이 없어 주춤거리는 입장이라면 정치, 경제, 문화의 세 기둥이 함께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균형정책을 찾아내야 한다.
문화예술 관계 좌파수장들을 몰아낸다고 일을 꾸민 것이 재판에서 모조리 패배하여 한 지붕에 두 사람의 수장이 근무하는 수모를 겪고, 일찍 내쫓았다가 부당한 해고라고 잔여임기에 해당하는 월급을 물어주는 꼴사나운 일을 당하면서도 당사자들은 아무 말이 없는 행정은 코미디에 불과하다. 문화가 가장 대표적인 국가브랜드가 되는 세상에 살면서 문화적인 발상, 문화적인 처분을 하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일을 해낸다면 가장 비문화적인 방법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의 머리에 정책을 맡기고 문화국가를 건설하라고 권한을 위임했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하나밖에 없는 우리나라, 문화적 환경에서 문화를 동경하며 살아 온 역사가 증명하듯 우리 민족은 문화적이다.
우리도 찬란한 문화를 건설하여 온 세계에 알리고, 세계만방에 보여주는 문화강국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남아를 휩쓸었던 한류도 있었다. 지금은 숨 고르기 하는 것 같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도 있다. 문제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미래의 문화정책을 밀고 나가는 신념이 필요하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의 세 축이 분담하는 가능성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정치와 경제만 앞세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놓는 이론을 개발하는 문화계의 발 빠른 행보가 필요한 것은 두 말 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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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예술가를 지원하는 방법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중소기업연구원 판로유통연구실장 김익성 씨의 글을 읽고 2009년, 기업이 각종 문화재단을 제외하고 문화예술을 후원하기 위하여 투자한 금액이 1,130억 원이었고, 이 중 1,001억 원은 상위 20대 그룹이 투자한 금액으로 중소기업들의 참여도는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만한 액수의 돈은 정부가 조성해서 문화예술계에 지급하는 지원금과 맞먹는 돈이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계에 투하되는 지원금은 약 2,000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물론 다다익선, 많을수록 좋지만 이만한 돈이 효율적으로 지급된다면 그런대로 성과가 축적되어야 하는데 그 결과를 따져보면 지지부진, 돈은 지원되었다는데 결과물은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 날로 증폭되는 창작예술인들의 최저생계대책 마저도 위협받는 현실에서는 지원정책의 획기적인 개선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2008년 9월에 발표한 「새 정부 주요 예술정책」에서 문예진흥기금 지원방식 개선에 따르면 ① 선택과 집중 ② 사후지원 ③ 간접지원 ④ 생활 속의 예술로 제한하고, 과거처럼 나눠 먹기식 지원을 지양하고 전략적 우선 순위에 따라 재원을 배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과연 이런 약속과 정책이 적정하게 실현되었는지에 대한 사후관리 보고서는 아직 본 바 없다.
위에 제시한 네 가지 방법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은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지원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1항의 “선택과 집중”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지원을 결정하느냐가 성패를 가름하는 지름길이 된다. 지금까지 들어본 바에 의하면 선택의 방법이 공정성을 잃어 왜 지원을 해주고 어째서 지원을 받았는지 딱 떨어지는 예가 적었다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란 결정 방법이 심사를 맡은 사람들의 주관적 판단이 과다하게 작용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학 분야에서 장편소설을 집중 지원하고 이를 “우수도서구입배포사업”과 연계하여 한 해에 20편 씩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과연 지원금을 받고 쓰여진 장편소설이 출간되어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고 많은 사람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런 지원방식보다는 작품의 성과에 따른 사후지원으로 성과주의적 배분방식을 생각해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오늘의 예술은 모두 우리들의 생활 속에 들어앉아야 한다. 예술과 생활이 동떨어진 게 아니라 한 몸뚱이가 되어 동시에 예술체험이 이루어지고 문화체험, 예술적 교육 체험이 이루어져야 한다. 바로 예술의 생활화이다. 흥얼거리며 책을 읽고 시를 외우면서 유년의 경험을 되살리고 앞날의 행복을 꿈꾸는 게 우리들이다. 이런 즐겁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예술가들은 독자들에게 봉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고픈 예술가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 최저 생계비를 창작물의 댓가로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창작 예술인은 소명감을 가지고 창작에 몰두하고 예술 향수자를 위하여 삶을 바치게 된다.
기업이 지원금을 내는 것도 결국은 돈 낸 기업의 평판을 좋게 하며 예술가들에게 도움을 주고 돈 낸 기업이나 임직원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일이기 때문에 궁극에 가서는 브랜드 이미지나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결과를 갖게 된다.
기왕에 기업에서 메세나(문화경영) 활동을 하려면 생계가 어렵고 장래가 촉망되는 창작예술가들을 한두 사람씩 맡아 생활을 보살펴 주고 예술작품을 생산하도록 한다면 서로가 상생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원하는 만큼 작품을 기증받아 기업이 소장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또한 그 밖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예술가들과 협의하면 서로 부담을 갖지 않으면서 내실을 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누구나 혼자의 힘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우리 예술계의 현실이나 활발하지 못한 기업의 현실을 생각하더라도 최소의 도움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기업의 메세나 활동을 통한 지원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가난하지만 천재적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의 최저생계비 지원을 기업이 맡고 예술가들은 혼신의 힘으로 예술품을 창작해낸다면 매세나 활동의 완성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은 문화예술계의 복지에 기여하는 기업의 책임 있는 활동이고 창작 예술을 꽃피우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뭉텅이 돈을 내놓고 떡을 나눠먹듯 떼어주는 게 아니라 인간적인 대화가 오가는 정이 붙는 지원방식이 이런 것이 아닐까?
누구의 밥그릇인가?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먹고살기 힘드니까 밥그릇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고깃국이라면 누구라도 침 넘어 가겠지만 그게 제 것이 아니고 남의 것이라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얼른 빼앗아다 먹어야만 직성이 풀릴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게 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누구나 돈을 보면 참지 못하고 제주머니에 먼저 넣으려고 한다.
문예진흥기금에서 시행하는 예술인에 대한 지원금은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나누어 준다. 사업별로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예산을 누가 먼저 가져가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과가 달라지고 사업의 내실이 평가된다. 해마다 예술위원회의 예산에 복권기금으로 추진하는 문학나눔사업이 있고 그 사무를 예술위원회의 문화나눔부에서 주관하는 모양이다. 이 사업의 세부사항을 보면 문학을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서 특정된 주관자가 시를 골라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또 아름답고 훌륭한 문장을 골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시배달’, ‘문장배달’이란 프로그램이 있고 ‘문장웹진’이란 간행물을 발간하고 ‘문장의 소리 방송’을 하고 ‘글틴’이란 사업을 통해 연중 글쓰기 대축제를 주관하는 것으로 자료에 나타나 있다. 좋은 책도 구입해서 배포하고 협력기관으로 출판사를 활용하고 글틴에서 뽑혀 상을 받은 글을 교과서에 수록하는 일도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복권기금에서 넘어오는 지원금 중, 180여억 원 규모의 기금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로 넘어가 지방문예회관 특별공연, 소외계층 문화순회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 돈은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직접 지원금으로 쓰여야 마땅하다. 그것만이 복권기금을 넘겨 받을때 합의된 정신이다.(문예진흥원이 예술위원회로 개편되고 복권수익금에서 1천분지 3이 예술지원금으로 넘어오는 법률개정 때 본인이 공술인으로 국회에 출석하여 이를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하여 법률을 통과 시켰음.) 그러니 예술창작인들의 밥그릇의 일부가 문화예술회관연합회로 넘어간 꼴이 되었다. 예술위원회가 “지역협력사업”이라는 명목으로 16개 지자체에 넘겨주는 200여억 원의 지원금과 여타 단체에 지원금을 뭉텅이로 나눠준다면 장차 예술위원회는 바람 빠진 풍선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은 뻔하다. 이런 일들이 광범위한 문화운동으로 문학을 넓게 보급하는 일이라고 그들은 주장하고 문학이 기초예술(중심예술이란 말 대신 꼭 이렇게 쓴다.)이기 때문에 널리 보급시켜야 한다는 결정에 따라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문인과 문인단체를 빼놓고 이 일이 가능할까?
문학이 모든 예술의 중심인것만은 틀림없다. 문예사조를 만들고 한 시대를 풍미하는 예술사조를 주도하는 일도 문학이 한다. 때문에 모든 예술의 기본은 문학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정부가 예술창작을 지원하는 비중을 중심예술(그들은 기초예술이라고 말 하지만)인 문학에 두지 않는다. 문학을 기초예술이란 말로 묶어 놓고 공연예술 쪽에 무게를 두어 지원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예술위원회에 속해 있는 문화나눔부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문학보다는 공연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정부의 지원정책에서 문학은 홀대를 받는다. 문학이 정책적인 지원을 받고 문학하는 사람들이 자존심에 어긋나지 않게 예우를 받기 위한 일을 하는 결사체가 문인단체인데 문화예술을 전담하는 문화부나 문화예술위원회는 애써 문인단체를 외면한다. 그 실증 중의 하나가 문화나눔사업 중, 문학관계 사업을 시행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문인단체를 아예 외면하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에 관계되는 예산이나 이의 집행은 반드시 문인단체들과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애써 문인단체를 외면하고 다른 외곽단체에 막대한 예산을 풀어 문학보급의 기초라고 불리는 글짓기 지도, 도서관 업무 보조, 책 나눔 등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직업이 없는 문인들을 동원해서 월 1백만 원 내외를 지급하는 일들은 무엇인가? 아무리 일자리 만드는 사업이라고 하지만 문인단체를 배제하는 것은 너무하는 일이다. 그 밥그릇을 나누어 줄 곳은 당연히 문인단체인데 정부의 외곽단체인 무슨 협회, 무슨 단체에서 이 일을 주관하는 것은 문인단체의 밥그릇을 빼앗아 제 밥그릇 나눠주듯 하는 꼴이다.
작년도 문학나눔사업 중, 문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런 사업을 문인단체에 줘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 그런 방향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문학과는 별 관계가 없는 다른 단체로 예산이 이관되어 문학나눔사업에서 문인단체가 제외 되었다. 그 예산이 20억 원이 넘었다면 놀라지 않을 문인이 없을 것이다.
크게는 문화나눔이요 작게는 문학나눔이다. 그게 어찌 ‘시배달’이나 ‘문장배달’로 끝나겠는가, 문제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전문단체인 문인단체와 정부 그리고 예술위원회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예술위원회는 예술위원회대로 제각각 걸어간다면 문학하는 사람들의 집합체인 문인단체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허공에 대고 주먹질만하다가 지쳐 쓰러지란 말인가, 허긴 주먹질하는 사람도 없지만 이런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문인단체에서도 이 부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진정 이 나라의 예술정책이 이해집단들의 판단한 목표에 따라 각기 다른 길로 간다면 찬란한 문화예술이 꽃피는 시대는 요원해질 것이다. 모두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특히 문인단체와 그 회원들의 각성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문화예술인공제회 법(안)에 관하여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10년, 문화예술인 복지제도 도입을 위한 발기모임이 있은 후 끈질긴 노력 끝에 한나라당과 정부에서 문화예술인공제회 법안을 제정하려고 한다. 얼마나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인가. 헐벗고 가난한 예술인, 기초생활에도 못 미치는 벌이로 창작활동을 할 수 없이 손을 놓고 한숨만 내뱉던 예술인들에게는 따스한 햇볕과도 같은 소식이다. 군인공제회, 교원공제회 등, 많은 직종에서 공제제도를 도입해서 노년의 삶을 풍족하지는 못해도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예술인들은 얼마나 부러워했나?
이렇게 부러워하면서도 예술인공제회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10년 전, 예술인복지조합 발기인 모임(발기인 대표 필자)이 출범하면서 이 문제가 사회의 관심을 얻고 마침내 정치권에서도 이해되어 대통령 공약에도 올랐다. 그 결과 이제는 한나라당에서 예술인공제회를 만드는데 앞장섰고 정부에서도 몇 번의 공청회를 열었다.
또한 국회 김효제 의원도 이에 관심을 가지고 문화예술인공제회 법안을 제정하려고 초안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말이 나온지 10년 만에 맺는 결실이다. 정부는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해서 운영주체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제사업본부를 신설하여 업무를 맡기겠다고 하고 국회 김효제 의원은 독립 법안으로 문화예술공제회 법안을 제정하려고 한다. 1만 명에 가까운 예술인들이 발기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복지제도를 도입코저 할 때, 문화예술 담당부서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냉대하더니 분위기가 성숙되어 이 제도가 도입되려고 하니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약삭빠른 심뽀로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하여 복지제도 업무를 도맡겠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공무원들의 일거리 챙기기로 내식구 밥 먹여 주자는 발상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술인 복지제도 도입은 독립 입법으로 문화예술인공제회법을 제정하여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공제사업본부를 두어 관리 운영하면 효율성이 있다고 문화관광체육부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주장하고 있으나 이런 생각이나 발상은 말할 수 없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새로 설립되는 문화예술인공제회는 그 기금이나 회비를 국가에서 전액 부담할 수 없다. 출발 당시의 일부의 기금을 국가가 부담하면 그 다음은 대통령령으로 지원되는 보조금과 회원들의 회비 부담이 뒤따르게 되기 때문에 당연히 이 기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체가 되어 관장할 수 없다. 개인이 부담하는 회원의 자산과 이 기금을 이용하여 창출되는 자산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공정책적 역할을 놓고 판단할 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 문화예술위원회는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제한되어야 마땅하다. 회원이 부담하는 회비로 축적되는 자산까지 예술위가 관장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논리이다. 지금까지 살핀대로 사안이 이런데도 정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인공제회의 업무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에 1백 만이 넘는 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예술창작에만 익숙한 머리를 가졌기 때문에 입법이나 법률의 개정 또는 이의 운영에 관하여는 잘 알지 못한다. 사태가 이러하다면 정부나 예술위원회는 당연히 이에 대하여 잘된 점과 못된 점을 소상하게 비교하여 예술인 당사자들에게 알려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조치가 미흡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문화예술인 복지제도의 도입에 있어서 독립 법안을 제정하지 않는다면 차후에 일어날지 모르는 발전적 단계에 따른 법안변경 사정이 생길 경우 법개정이 용이하지 않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기대하던 공제제도의 도입이 이제 입법단계에 와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도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법정화 되어 설립된 공제회(경찰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군인공제회, 대한소방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한국교원공제회) 등이 활발하게 발전하고 회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맹렬히 노력하는 마당에 문화예술인 공제회법이 제정되는 것은 한참 늦은 감이 있다. 문화예술인 모두가 독립 입법으로 공제제도가 도입되기를 희망하는 마당에 정부는 가슴을 열고 문화예술인들의 기대에 부응해 주길 바란다.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에 관하여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2천년 8월에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을 설립코저 몇 사람이 모여 의논하고 이를 위해 예술계의 힘을 모을 것을 결의했다. 그때 이 일에 찬성하고 발기문에 서명함으로써 공동대표가 된 사람은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이었던 나를 위시하여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성춘복,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이문구였다. 세 사람이 취지문과 발기승낙서를 만들어 우선 주소가 확보된 예술인 1만여 명에게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 설립 취지문과 발기승낙서를 보냈다.
이때 우편물 발송 작업을 지휘한 사람은 이기애 시인으로 한국문학진흥재단의 사무국에 소속되어 있었다.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 발기는 내가 앞장섰기 때문에 모든 준비나 사무는 우리재단에서 맡아 했다. 발기취지문의 내용을 살피면, “우리 시인․작가들을 포함하여 순수예술에 종사하는 모든 예술인들은 삶의 질을 따지기 이전에 어려운 환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창작 예술을 중단해야 하는 말 못할 상황인데도 오직 창작을 위하여 온 몸을 태워야 하는 딱한 사정이 우리들의 실정이다.
이런 급박한 현실 속에서 오로지 작품 창작에 매달릴 수 있는 길은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 최소한의 창작환경을 조성하는 일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들 스스로가 굳게 뭉쳐 어려운 경제 사정을 돕는 보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갑자기 지출해야 하는 의료비, 자녀 교육비, 해외 취재경비, 작품집 발간, 발표회 및 공연경비, 주거를 위한 융자, 노후보장을 위한 연금과 애경사 때 일체감을 갖게 하는 위로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를 우리들 스스로가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스스로 돕는 자를 하늘이 도와주듯, 우리들의 성의 있는 노력으로 이 일이 추진된다면 생산적 복지정책을 지향하는 정부의 지원은 물론 경제계의 호응도 얻게 되리라 믿는다.
선진국의 순수 예술가들은 먹고 사는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정부 당국이나 예술기관이 예술가들이 살아가기 어려워 창작활동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란 게 우리들의 희망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는 국가 정책이라면 문화대국으로 발전할 수 없다. 또한 우리 예술가들이 일치단결하여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21세기의 발달된 문화를 이룩하지도 못할 것이다. 1백만 명에 육박하는 전국의 예술가 및 동호인들이 함께 모여 일종의 예술가 보험이라고 할 만한 가칭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을 발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란 글을 내가 초안해서 세 사람이 발기인이 되어 공동대표로 서명한 뒤, 이를 회원들에게 발송했다.
발기취지문을 보낸 뒤 한 달도 안되어 1만 명에 가깝게 찬성한다고 우편물을 보내왔고 취지문을 받지 못한 예술인들은 사무실로 찾아오거나 또는 우편으로 보내달라는 편지가 줄을 이었다. 짧은 시간에 대단한 호응이었다. 그리고 국회와 정부에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을 설립해야 될 당위성을 청원서로 만들어 전달하고 각 정당을 찾아다니며 이를 16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내세울 것을 교섭했다.(2002. 11.) 마침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공약개발에 내가 참여하게 되어 이를 반영했다.
사회통합과 국가대혁신을 통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로 국가개혁 10대 과제와 각 분야별 208개 공약 중, 문화예술에 관한 것이 17개 항목이었다. 이 가운데 실천방안으로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을 설립 지원하는 등 전문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란 문장으로 공약집에 넣었다.
대선공약에 문화예술에 관한 항목이 구체적으로 등장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불행하게도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함으로써 이 공약이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정치계에서 문화예술계의 사정을 알고 구체적으로 대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문화예술인복지조합?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이 꾸준히 논의되어 오다가 최근 정부에서 가칭 <문화예술인법>제정과 <문화예술인공제회> 설립을 서두는 것은 늦은 감은 있으나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창작예술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의 최소한의 생계 보장과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불행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저 하는 노력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일이고 꾸준히 노력하면 꼭 실현된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문화예술인법>과 <문화예술인공제회>가 설립되는 것은 예술인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로서 벌써 설립되었어야 하는 일이었다. 1백 20만 예술인들은 모두 환영해야 할 일이다.
문화예술인 공제회에 대하여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 대통령 후보로 나서서 선거 운동을 할 때 내놓은 문화예술 관련 공약집을 다시 보는 기회를 가졌다. 공약집의 제목은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이다. 250여 쪽의 두툼한 책에 국가경영에 대한 모든 청사진이 들어있다. 公約공약이 空約공약이 안되려면 국가의 基幹기간을 틀어 쥔 공무원이나 한나라당 의원들, 특히 정책입안에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은 이 책을 교과서처럼 공부해야 당연할텐데……. 지금 이 공약집은 어느 창고에 들어가 낮잠을 자는지 그 효력이 의심스럽다.
이 공약집에서 다짐한 정치․경제․사회분야에는 필자가 문외한이기 때문에 언급할 처지가 못 되지만 문화부분에 한해서 살펴보면 공허한 약속으로 이미 효력을 상실했거나 정책으로 추진하려고 애쓴 흔적도 없는 항목들이 즐비하다.
‘대한민국을 문화 브랜드로’란 슬로건을 내걸고 ‘창조문화강국’을 실현시키겠다는 문화예술 관련 조항을 설명하기 위하여 ‘국민이 문화를 누리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 라고 밝히고 이에 근거하여 ‘우리의 문화예술을 만들어 내고 창조해 내는 문화예술인들의 기초적인 생계 보장과 노후 대책을 마련하여 문화예술의 지속적 창작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담고 있다. 이 문장은 2001년 필자가 주축이 되어 「문화예술인 복지조합」을 설립하려고 발기인 1만여 명의 서명을 받을 때도 이런 뜻의 문장이었고 또한 서명한 발기인들의 승낙서를 정부당국과 국회, 그리고 각 정당에 전달할 때도 있었던 문장과 다를 바 없다.
2002년에 대통령 후보를 내는 각 정당에도 이런 뜻이 들어 있는 문서를 전달했으나 한나라당에서만 관심을 가져줘 이회창 대통령 후보 때, 처음으로 대선공약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때의 문화예술인들은 이런 공약이 대선에 등장한 것 만으로도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한국 정치계에서 문화예술인들의 기초생계와 노후대책에 대한 관심을 가져준 게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실패하고 문화예술인 복지조합 설립은 흐지부지 되는 듯 하더니 2007년에 이명박 대선후보의 공약집에 다시 등장했다. ‘문화예술인공제회 설립을 통한 창작기반 조성’이란 제목으로 복지조합이 공제회로 바뀐 것 뿐이었다.
실천 방안으로 내놓은 글을 소개하면 ‘정부지원과 예술인 상호 간 자조적 형태가 결합된 문화예술인 공제회를 설립하여, 공제회비는 예술인이 납부하고 기본 재원은 정부 또는 공적기금으로 부터 마련하여 문화예술인의 창작기반 조성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되었다. 당나귀인지 망아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문귀였다. 용모는 같으나 자세히 보면 수식어만 약간씩 바뀐 것 뿐이다.
문화예술인 복지조합을 발기하려는 움직임이 있은지 10년, 두 사람의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채택했으나 첫번째는 낙선으로 실패했고, 두번째는 당선은 되었으나 경제정책에 우선 순위가 빼앗겨 지금까지 지지부진이다.
이 정책을 실현해 나갈 문화체육관광부도 아직까지 확실한 방침이 없이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에 무게를 싣고 있고 국회 김효제 의원이 입법안을 만들어 여기저기 의견을 묻고 있는 상태라면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창조문화강국 실현이나 문화향유권 확대정책은 급할 것이 없다는 결과가 된다.
문화예술인의 기초생활 안정과 노후대책을 위한 구상에서 정책 발의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문화예술인에게도 복지정책을 펴 생계보장과 노후대책을 마련해 주겠다던 주관부서나 정책당국은 팔을 걷어 부치고라도 빨리 일을 추진해야 한다.
예술계가 호응하고 이 정책이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기다리는 1백만 예술인들이 있는 이상 주저할 것이 없는데도 미적대는 이유는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에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다.
예술인 복지법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문화가 산업으로 인정받으면서도 소외되었던 창작예술인들에게 국가가 섭섭지 않게 대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류가 아시아 지역에서 크게 호응을 얻더니 이제는 유럽에서도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다. 이런 환경이 되었어도 한류의 열풍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 밑바닥엔 다양한 순수예술의 성과를 딛고 일어섰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류의 선풍적 바람을 일으키는 공연이나 영화와 드라마의 내용은 문학을 대표해서 미술, 음악, 연극 등의 종사자들의 다양한 창의적 상상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하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막상 공연 당사자들은 한류의 전도사로 치부할 뿐 그 뒤에 숨어 있는 각 장르의 종사자들을 생각하지 않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프랑스에서는 공연, 영화, 방송 분야의 비정규직 예술가와 기술자가 최소 10개월 동안 507시간 넘게 일한 뒤 새 작품에 참여하지 못하면 실업수당을 신청할 자격이 있다.
실업수당을 받은 지 8개월이 지나도 다시 일자리가 없을 때는 수당이 끊기고 다른 생업을 찾아 나서야 하는 규정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예술인 지원 단체를 인정하여 공연예술 쪽에서 노동조합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인 확실한 기반이 없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예술인들에게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예술인 복지조합’ 설립을 10년 넘게 당국에 요청하여 오늘에 이르른 결과 한나라당이 이에 찬성하고 2009년에는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동의해서 여야 공히 예술인 복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제출된 법안의 특징은 예술인들의 법적 자격을 어떻게 인정하느냐가 쟁점이 되어 우선 문화예술인을 근로자로 인정해 고용, 산재보험의 가입의 길을 트고 예술인 복지재단을 설립하여 최소한 생계에 도움을 주자는 내용인데 이 부분이 예술인들에게 특혜가 된다는 일부의 법리해석 때문에 지금까지 끌어왔다. 그러나 이 문제가 빨리 해결 되지 않으면 일부의 문화예술인들은 밥 굶는 지경에 이르고 심지어는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또한 국회 관계상임위원회에 빨리 단일안을 만들어 어려운 생계 때문에 고생하는 문화예술인들에게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대하여 문화체육관광부는 찬성하고 노동부와 기획 재정부는 난색을 표하여 반대의견을 표시하는 것도 예술인복지법 제정에 어두운 그림자로 남는다.
우리는 2009년 문화부가 실시한 문화예술인의 삶의 현장을 똑똑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수입이 전혀 없다가 37.4%였고 한 달에 2백만 원 이상이 20.2%, 101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13.8%, 50만 원부터 100만 원까지가 10.8%, 21만 원에서 50만 원까지가 6.9%, 11만 원에서 20만 원까지가 2.6%, 10만 원 이하가 5.1% 순위였다면 대부분의 창작 예술 종사자들이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왔음이 기적에 가깝다. 이런 실정은 정부 당국이나 정치권에서도 확실하게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연극, 무용, 음악, 국악, 영화 등 각 분야에서 일정한 소득이 있는 기간제 또는 시간제 종사자 5만여 명을 보험대상 예술인으로 보아 노동조합 설립을 인정하고 있다. 예술인 중에서도 문인은 수입이 없는 데도 스스로 선비임을 내세우고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인지 복지 문제에 대하여 가장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복지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문인이 그런 걸 왜 이야기하느냐고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한다. 그 결과, 종당에는 돈에 굴복하여 체면 구기는 일을 하는 사례가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하여 더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 폐해는 사회적 문제로 까지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빨리 깨닫고 문인들도 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예술인 복지조합에 소요되는 예산을 추산으로 따져보면 보험료 약 520억 원, 재단 운영비 약 40억 원 규모로 예술인 복지조합이 출범될 수 있는 예술인 복지법안 통과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인단체인 문협에서는 이 문제를 다룰 만한 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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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문화국가로 가는 길
-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1. 선진화란 무엇인가?
선진화는 발전하지 못한 곳에서 뛰쳐나가 발전을 꾀한다는 말이다. 문화나 경제, 산업기술이 발달하거나 진보적인 자세를 취했을 때 선진화라고 말한다. 때문에 선진화에는 반드시 발전에 따른 수준이나 기준을 따지게 된다.
대한민국이 꼭 이루어내야 할 절실한 과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념을 바탕으로 한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하고 훼손된 국가의 정체성을 복원시키는 일이다. 이 일이 우리가 소망하는 선진화의 길이고 출발점이다. 이러한 국가건설을 하기 위하여 우리들은 온 국민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범국민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자는 염원이 새마을운동을 이루어 냈다면 이제는 정신과 물질, 그리고 문화가 균형을 이루는 세상에서 평화롭게 잘 살아 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때문에 선진화운동은 창조적 실용주의 정신이 근간을 이루고 국가의 균형적 발전을 통한 상생과 조화가 앞장서야 한다. 따라서 창조적 실용주의 정신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며 부정이 아닌 긍정적인 가치관을 가져야만 한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반대와 부정, 그리고 과잉과 독점의 문화가 만연되어 국민을 분열시켰고 더 나아가서는 일부 세력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체제마저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지난 10년간 과잉과 독점문화가 저질러온 가장 큰 폐해이다.
이러한 반대와 부정은 국가의 발전적 동력을 감소시켰으며 국민의 단결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많은 폐해를 끼쳤기 때문에 선진화운동을 추진하는 오늘, 우리들은 이러한 부정과 반대의 문화를 청산하고 자신감과 강한 힘을 창조해내는 선진화운동을 역동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선진화운동의 한 방법으로 볼 수 있는 새마을운동도 오직 잘 살아 보자는 한 가지 뜻을 가지고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쳤기에 가능했다는 결론이 나온 이상, 오늘 우리가 추진하는 선진화운동도 그 모델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이 조국을 부강케 하는 기반이 되었다면 21세기는 이보다 한 발 앞선 선진화운동으로 우리 조국을 괄목할만하게 발전시켜 놓아야 한다. 새마을운동이 산업화를 이루어낸 모체였다면 오늘, 우리가 전개하는 선진화운동은 21세기에서 꼭 이루어낼 국민정신 운동이 되어야 한다.
2. 선진화와 문화국가
선진화운동은 문화국가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이 분야의 발전은 문화발전이란 말로 대체된다. 때문에 문화는 21세기에서는 공기와 같다. 모든 인간이 공기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듯 우리들의 삶에서 문화를 빼고 나면 인간은 삶의 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지난 20세기까지는 문화가 정치와 경제, 사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원활한 발전이 이루어진 뒤에야 비로소 발전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21세기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현안들을 문화가 포용하고 문화가 선두에 서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여야 한다.
정보화산업과 지식산업이 앞장서서 모든 산업을 이끌어가는 21세기에는 경쟁력이 곧 문화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때문에 어느 나라던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역량을 내세워 가장 훌륭한 문화국가, 또는 문화민족임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5천 년의 역사와 문화를 내세워 세계가 부러워 할 문화국가임을 자랑하고 있다.
대한민국 수립 60년, 정권을 쥐었던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의 치세에서 문화가 가장 발전했다는 평가를 얻고자 문화적인 목표와 정책을 내세웠지만 어느 한 사람도 문화정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지 못했다. 작년 2월에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문화에 관한 정책목표를 취임사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전통문화와 현대문화, 그리고 문화예술의 선진화가 함께 가야 경제적 풍요도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문화예술의 발전이 경제적 성장을 보다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말한 것으로 문화예술의 선진화가 이명박 정부의 목표임을 알 수 있다. 문화의 선진화야말로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목표임을 스스로 국민들에게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문화의 선진화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국제화의 기준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문화국가”로 발전해 왔고 또 발전해가고 있다. “최근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한류는 그런 전통과 맥이 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빛나게 발전해 왔기 때문에 우리 민족은 화려한 문화적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의 전통이 곧 최근의 한류에 이어져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5천 년의 역사와 전통문화는 오늘의 우리의 문화가 우연하게 세계로 뻗어나가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견해로 우리나라의 문화정책 목표는 전통문화를 현대화함으로써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문화라고 판단한 것이다. 때문에 우리들은 “문화외교에 역점을 두어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원활히 하겠다.”고 말하고 “우리의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이 어우러지면 한국의 매력을 세계로 내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우리나라의 외교역량을 강화하는데도 문화적 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뜻을 밝혔다.
둘째, 산업화의 기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강조해 오던 것으로 문화산업의 역량강화를 정교하게 손질한 것으로 문화도 21세기에는 산업이라는 견해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문화강국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강국은 두말 할 것 없이 문화선진국을 의미한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 이미 산업은 세계일류가 되어야 한다. 산업에서 세계 일류가 되면 그 다음은 문화선진국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지만 산업과 문화선진국은 대개 동시에 이루어진다.
21세기는 문화가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으로 인정받고 그 가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다. 때문에 우리들은 오늘도 이 자리에 모여 선진문화 국가 운동을 제창하고 모든 문화를 산업적 시각에서 파악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부분은 경제 성장도 콘텐츠 분야를 보강할 때만 7%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영상이나 게임, 음악, 방송 등,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 콘텐츠를 갖출 때 문화산업은 크게 발전한다. 이러한 것이 곧 국가의 경제 성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셋째, 문화의 생활화이다.
문화는 공기와 같아서 누구나 문화를 호흡하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다. 이런 시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취임사에서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 삶의 격조가 올라간다.”며 “문화로 즐기고 문화로 화합하며 문화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단순한 경제성장만으로는 삶의 질을 끌어 올리는 게 아니며 이에 걸맞는 문화적 생활이 이루어질 때 수준 높은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도 정치도 모든 게 문화역량에 달려 있음을 확인한 말로 “정부도 우리 문화의 저력이 21세기의 열린 공간에서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말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의 기조를 대통령 취임사에서 발췌하여 분석한 것이다. 한 말로 말한다면 모든 발전의 전면에는 문화가 있어야 하고 모든 분야를 문화가 앞장서서 이끌어야 한다는 것으로 한국문화의 국제화나 우리 산업의 세계화나 우리들의 질 높은 삶을 이룩하려는 계획도 모두 문화가 선두에 서야 한다는 논리다. 바로 이 논리가 선진문화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란 것이다.
우리들은 문화를 앞세워 선진화해야 한다는 굳은 의지를 가졌기에 10년간 좌파 문화운동가들에게 당했던 모든 수모를 잊고 문화를 통하여 새롭게 단결하고 문화를 통하여 새롭게 뭉치고 문화를 통하여 화합하고 발전하면서 질 높은 삶을 설계하고 실천해야 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들의 할 일은 이대통령이 제시한대로 선진문화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모든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 모든 발전의 계기를 문화로 삼아야 한다. 5천 년의 역사와 우리 민족이 지금까지 이룩해 놓은 전통문화를 재음미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게 우리가 전개하는 선진문화 운동이다.
선진문화국가를 건설하려면 이에 걸맞는 실천방안이 있어야 한다. 앞에서 살펴 본 이대통령의 국제화의 기준과 산업화의 기준, 그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문화의 생활화는 정책목표이고 그 하위개념으로 우리들이 실천해 나갈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3. 선진 문화국가 건설을 위한 실천방안
첫째, 5천 년의 역사와 문화를 재점검하여 정교하게 분석한 뒤, 새로운 문화강국 건설을 위한 목표를 정하고 그 실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한국의 문예부흥을 이룩할 수 있는 시발점을 열게 된다.
1) 문화예산규모의 확충과 기부문화 정착
문화예산이 정부예산대비 1% 수준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이를 대폭 확충하고 문화관련 고위직은 문화전문가로 임용하여야 한다. 또한 문화예술진흥기금을 확대하고 기금운영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로또복권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 및 개인의 문화예술 활동지원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을 확대하여야 한다.
2) 시설과 서비스의 확충
문화관련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문화예술회관, 박물관, 도서관, 예술관, 대중공연장 등을 건립하고 적극 활용토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예술인회관 건립과 대도시에 장르별 공연예술센터를 건립하고 각종 문화시설의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고 공공도서관에 도서 및 영상자료의 확충과 지역단위 문화기관과 시설 간의 프로그램 연계망을 구축해야 한다.
3) 문화예술 활동의 활성화 및 지방문화 육성
지방문화에 대한 국고지원 확대와 운영의 합리화를 도모하고 특색 있는 향토문화의 발굴과 지역문화축제의 저변을 확대하고 문화소외 지역의 해소와 공연입장료 일부를 문화예술진흥기금과 연계시키는 일을 모색해야 한다.
4) 문화예술인 창작활동 여건 강화
가칭 문화예술인 복지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전업예술인에 대한 지원 강화,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세제혜택 및 문화예술 공간 설립에 따른 융자 등 지원확대, 문화예술인의 양성체계 보완 정비와 세계적 문화예술 전문인 양성.
5) 전략산업으로서 문화산업 육성지원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게임, 애니메이션, 영상물 등 콘텐츠 중심의 특화된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자금 지원, 드라마, 영화, 가요 등, 분야의 한류를 확산시키고 관련 상품 개발을 위한 세제혜택 및 금융지원. 출판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출판유통 현대화 및 전자서적 산업의 육성.
6) 전통문화 예술의 진흥
국악교육의 확충으로 전통예술 진흥의 인적기반 강화. 각급 문화센터를 통한 전통문화의 확대 및 전통예술인들의 존경받는 사회적 풍토 조성대책 강구와 전통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과 공연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수회관 건립 및 공연활동 지원.
4. 마무리
선진국가의 정신적 조건은 새로운 역사와 가치를 창조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21세기 인류국가 건설과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구비해야 한다. 때문에 선진화 운동은 좋은 시장경제 만들기 범국민운동이고 국민성공 실천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20세기가 새마을운동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선진화운동으로 한반도의 기적을 창출해내야 한다. 그 까닭은 문화가 삶을 장식하는 도구이거나 일부 계층만이 향유하는 사치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 권리이며, 우리 경제를 이끌어 나갈 핵심 분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힘있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도 문화이며 그 근원은 창조성과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가를 부강케 만드는 것도 문화이며 경제발전도 문화적인 토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가 가진 잠재력과 힘이 커짐에 따라 이를 극대화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정책은 미래 성장산업으로서의 문화, 관광, 스포츠 산업, 국민의 삶의 질을 선진화하기 위한 문화복지 및 도시환경의 문화적 조성 등, 양적 질적 측면에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문화선진화 운동이다. 선진문화운동의 첫번째 목표는, 창의성에서 근본을 찾아야 한다.
선진 국가들의 발전 전략은 모두 창의성에 두고 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개개인의 창의성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이자 이념이 되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창의산업, 창의예술, 창의국가란 개념들은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의 문화정책에서 핵심 키워드가 되었다.
둘째는, 실용주의다. 역동적인 문화국가는 실용주의를 목표로 삼는다. 다원화 사회에서는 개인과 국가를 막론하고 실용주의 노선에 중점을 두지 않으면 번영을 이루어낼 수 없다.
셋째는, 정직성과 사랑이다. 미래를 창조하는 힘은 문화와 예술에 있다. 탈장르를 통한 실험적, 대안적 방법을 통하여 예술중시 등,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여야 한다. 예술의 자생력 신장은 전문 인력의 체계적 양성과 예술문화의 산업적 발전 지원을 통한 지역문화 진흥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이는 문화에 대한 정직성과 사랑에서만 가능하다. 역사와 문화를 과장하거나 편협한 생각으로 평가하지 않는 정직성과 사랑이 문화국가로 가는 출발점이다.
하나의 산업이자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서의 중요성이 커지는 문화․관광․스포츠 산업의 육성과 인력양성 및 창작기반 확충, 투자․유통 환경개선, 종합적인 법제도의 정비 등, 체계적인 지원이 강화됨으로서 산업적 성장기반을 확충하게 될 것이다. 이 길만이 선진문화국가 건설의 요체이며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 이 원고는 2009년 1월 16일 오후 2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주최(국회도서관 강당) 강연 원고임. 참석자는 국회의원, 문화관계 행정관료, 문화예술단체 임원 등 300여 명이었음.
예술가와 가난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결과(2009년도)에 따르면 문학 미술 대중예술 등 10개 분야 2천명의 소득조사에서 전체의 37.4%가 문화예술 활동으로는 수입이 한 푼도 없다고 응답했다. 2006년 조사 때의 26.6%보다 더 늘어났다. 한 달에 2백만 원 이하를 버는 문화예술인이 79.8%로 나타난 것을 보면 예술인들의 가난은 점점 심해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다 보니, “시민의 세종문화회관이다, 수익성 강요 규탄한다.”, “예술의 공공성 확보하라.”는 등의 현수막이 민주노총공공연맹 전국 공공서비스 노동조합 명의로 크게 붙어 있다. 그리고 더 큰 크기로 “임금 차별 해소하라”, “상시 업무 직접 고용하라”, “저임금 비정규직 철폐하라”고 쓰여져 벽면을 가리고 있다. 이 글의 내용을 살펴보니 세종문화회관에 소속된 공연단체 회원이거나 아니면 단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모여 써 붙인 게 틀림없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이들은 대중예술을 하거나 아니면 고전음악쪽에서 일하는 예술가들이다.
이들의 수입을 어림잡아 보아도 2백만원 이하를 버는 79.9%에 속한 사람이거나, 이보다 높은 액수의 돈을 버는 게 분명할 터인데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갖는다. 하지만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본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그들의 수입이란 것은 누구나 알 만하다. 그래서 예술인공제회를 설립하자는 운동이 일고 어떤 일이고 하고 보자는 생각이 앞서 일만 시켜달라고 아우성치며 월급이 얼마인지도 따지지 않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한 달에 1백만 원도 못 받는 종사자들이 부지기수인 것만 보아도 예술계의 밥벌이가 얼마나 열악한지 짐작이 간다.
사실이 이런데도 젊은이들은 문화예술계로 구름처럼 모여든다. 이른바 아트러시(Artrush)다. 큰 일이다. 성공한 소수가 전체 수익을 독점하는 세계가 문화예술계인데도 이런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해마다 수만명의 고교 졸업생이 문화예술을 전공하기 위하여 입학전쟁을 치르고 또한 그만큼의 숫자가 졸업해서 사회로 진출하려고 하지만 그들을 수용할 만한 곳이 문화예술계에는 없다.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 중, 몇몇 천재적 예술가들에게만 대중들은 박수를 쳐 주고 소비자들은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그들만 존경한다. 대부분의 보통 예술가(?)들은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거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이런 냉혹한 현실인데도 예술에 종사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예술은 돈 버는 일이 아니다.”란 말로 위안을 받는다. 이들에게 한마디 묻고자 한다. 예술이 돈 버는 일이 아니라면 무엇을 먹고 사는가. 예술가도 알맞게 먹고 살 만한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을 외면하고 꿈만 먹고 살 수 있다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술이 돈 버는 일이 아니다란 말은 예술의 고귀함을 나타내는 고전적 가치관에서 출발하여 예술의 고귀함과 위대함을 나타내기 위함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부채질하는 것은 국내 대학들이 수요공급의 원칙을 무시하고 예술가를 양산하는 교육정책이다. 문화예술 계열 학과는 증설하여 정원을 늘리고 이들을 사회에 내보내는 무책임한 교육이 가난한 예술가을 양산해 낸다면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문화예술계의 일자리에는 고학력 지원자들이 수도 없이 많다. 유수한 외국대학에서 피나도록 전공한 젊은이가 호텔 로비에서 피아노를 치는 일이 있는가 하면 공회당이나 교회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한 달에 1백만 원도 못 받는다. 이런 불안전한 고용 상태가 이어지기 때문에 임금 차별 해소하라고 외치고 저임금 고용 불안 비정규직 철폐하라고 외친다. 넘쳐나는 문화예술계의 인력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이 이럴진대 정부도 손 놓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 메세나 운동에서 문화예술계에 지원하는 돈이 2천억 원을 넘는데도 그 효과를 얻지 못하는데 어떻게 계속 지원금만 늘린단 말인가?
내일의 화려한 꿈을 이루기 위한 예술가들은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한 노력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원금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예술작품이 남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술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만 창조하는 사람이기보다는 받으면 좋아할 것을 창조하는 사람”이란 Andy Warhol(미술가)의 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가난을 면하는 예술가가 될 것이다.
예술가의 밥은 누가 책임져야 하나?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최근 국민복지 문제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사이 글만 쓰던 젊은이 최고은이 굶어 죽는 일이 일어났다. 남는 밥이 있으면 가져다 달라는 애타는 호소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죽게 만든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를 전해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자신이 국회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 위원장으로 있을 때 발의된 “예술인복지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을 되새기며 안타까워 했고, 민주당도 “예술인복지지원법”을 발의하고 나섰다.
많은 예술가들은 국민의 기초복지 문제인 먹고 사는 문제도 헤아리지 못하는 세계 열한 번째의 경제대국, 한국의 허울좋은 복지정책을 원망했다.
안타깝고 황당한 일이다.
학교 학생들에게는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떠드는 정치권조차 굶어죽는 예술가들을 외면하고 있으니 이런 불공정한 복지정책을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최고은이란 작가가 굶어죽는 사건을 보고 최근 문단 일각에서는 예술가의 밥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과 국가가 정책적으로 기초 생계는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 시끄럽다.
생각해 보면 예술은 노동의 요소와 누구도 본뜨기 어려운 독창적 창의성에 의해 만들어져 인류의 공공재가 된다. 밤새워 글을 써서 완성된 작품은 힘들고 어려운 고통을 이겨낸 노동의 요소가 밑바탕이 되어 얻어진 창작품이다. 노동은 시간당 얼마로 계산되는 보상이 있어야 되겠지만 창의적 노력의 소산물인 예술작품은 단순한 평가로 보상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예술작품으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예술가들의 기초생계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예술인들이 국민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 산재, 고용보험)에서 소외된 것을 지적하고 법적으로 근로자의 신분을 부여하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법인 설립을 통해 예술인들의 사회적 안전망의 테두리에서 기초적 생활 영위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즉, 가입자(예술인)에 대하여 공제금 지급, 사회보장체계 진입 확대 지원, 실업 ․ 퇴직 급여, 공제사업, 소득 보장지원, 빈곤층 예술인을 위한 사업지원 등이다.
여 ․ 야 양 당에서 발의된 두 가지 법안 모두 예술가에 대한 자격 문제가 난제로 남는다. 하나는 직업예술가에게 법적으로 근로자의 신분을 부여해야 되는 일이다. 곧 예술가가 근로자라면 예술가들의 자존심을 건드린다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국민 4대 보험은 근로자들만 혜택을 받는다. 때문에 창작예술에 전념하는 예술가들은 문화적 가치로 따져 엄청난 인류유산을 만드는 예술가의 국가적 사회적 대접이 고작 일용 노동자로 치부되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당장 합의하기 어려운 예술계의 명분과 자존심 싸움, 관계부처(법무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에서 반대 의견을 내놓기 때문에 해결하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많다.
고용보험법과 산업재해 보상보험법 등을 손질해서 다른 분야 종사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하고, 예술인 복지기금의 수입이 외부 조달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난제 중의 하나다.
굶어 죽은 사람(최고은 작가)이 쓴 문학작품이 돈으로 바뀔 수만 있었다면 왜 그녀는 밥도 못 먹고 죽었을까?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아무런 인정도 못 받는 헛일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어느 때던 성공한 작품을 한 편 썼다면 그녀는 굶어죽을 고비를 넘기고 인류를 위하여 위대한 작품을 썼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예술가들이 밥을 먹기 위해서(기초생계)는 복지제도를 만들어 기초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게 유네스코를 위시한 선진국들의 생각이다.
이치가 이렇게 분명한데도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마저도 이런 주장을 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안타깝다. 숱한 예술단체가 있어도 모두 꿀먹은 벙어리요, 정책입안자들도 예술가를 노동자로 보자니 딱하고 창작예술가로 보자니 알맞는 제도나 법적 해석이 어렵다고 뒷꽁무니를 빼는 현실에서는 예술가들의 밥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누가 글 쓰라고 했나? 저 좋아 한 일인데 라고 말한다면 굶어 죽으란 말밖에 안 된다.
이들이 써내는 문학작품이 인류의 정신 문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수입이 없는 창작예술가들의 기초생계비는 마땅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이런 제도가 있음으로써 기초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마음놓고 창작에 전념하게 될 것이 아닌가, 예술가들은 일반 근로자의 자격과 인류의 문화유산을 창조해내는 위대한 창조자로서 대우를 국가로부터 받아 기초생활을 해결하고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존경받는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
?예술인 복지법? 통과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지난 2011년 10월 28일 국회본회의에서 ‘예술인 복지법’이 통과되었다. 10년을 넘게 오르락 내리락 하던 이 법이 통과됨으로써 예술인들은 이제부터 국가에서 법률을 근거로 한 대우를 받는 길이 열렸다.
따지고 보면 단군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예술인들이 법에 의하여 국가적인 대우를 받는 단초가 열린 셈이다. 이 법이 통과됨으로써 예술인들이 산재 보험에 적용되는 혜택을 받는 길이 열렸고, 또한 ‘예술인 복지재단’을 만들어 각종 복지사업을 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2천년부터 ‘문화예술인 복지조합’을 설립하기 위하여 문인들을 중심으로 활동한지 10년, 이 일을 법률로 제정하기 위하여 가장 빠른 길을 탐색하던 중, 예술인 ‘복지조합 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 씨를 찾아가서 대통령 공약으로 채택케 했으나 그가 낙선됨으로써 물건너 갔다. 그러나 다시 다음 대통령 후보였던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난 뒤에도 이 문제가 명쾌하게 풀리지 않아 지리멸렬하던 중, 이제서야 내용이 바뀌고 복지혜택이 축소되어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나 처음으로 시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단번에 배부르지 않더라도 이제 첫 단추가 꿰어졌으니 차츰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예술인들의 열악한 환경과 생계문제는 말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문화예술인들이 국가발전의 동력인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데 대한 국가차원의 보상이 되어야 하고 둘째, 예술은 교육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이익에도 기여하지만 창의력이 중시되는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는 국가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공공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예술인의 지위 향상과 복지 증진을 위한 법적, 제도적 보장은 문화국가, 문화국민을 만드는 지름길이 된다.
이번에 통과된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들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예술인의 복지 지원을 통해 창작활동 증진과 예술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주안점이 두어졌고, 예술활동 성과에 상응하는 정신적, 물질적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예술인의 산재보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예술인의 사회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고 예술인의 직업전환이나 고용창출에 관한 지원방안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은 점, 원로 예술인의 생활안정 지원과 취약 예술계층의 복지지원 대책을 확실히 구별해 놓아야 하는데도 통틀어 장차 설립될 ‘예술인 복지재단’에서 고안해서 하도록 한 점은 막연한 감이 없지 않다.
생계가 어려운 예술인들은 대통령령으로 명시하여 국가가 생계를 책임지는 방법도 있어야 하는데 빠져 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만한 ‘예술인 복지법’이 입법된 것만도 손뼉을 쳐 환영할 만하다. ‘예술인 복지법’이 1년 후에 발효되면 운영과정에서 불합리한 모든 것을 개정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때문에 수혜 예술가와 당국자들은 심기일전해서 이 법이 원만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하루 빨리 업무의 주체가 될 ‘예술인 복지재단’의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10년 전에 ‘문화예술인 복지조합’ 설립을 목적으로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활동했던 당사자로서 기쁘기 그지없다.
?예술인 복지법? 통과를 환영하며
김 병 권
(수필가. 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10년 넘게 끌어오던 <예술인 복지법>이 지난 10월 28일 드디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만시지탄이 있기는 하지만 2백만 예술인의 숙원을 풀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마음 깊이 환영하며 자축의 뜻을 표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신조어가 세인의 입에 회자되면서 무분별한 대중 영합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무상급식, 반액 등록금을 비롯하여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데모대열에 끼기만 해도 몇 억씩의 보상금을 받는 등 불가사의한 복지 혜택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히 이 나라는 복지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이처럼 복지의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는 시대에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死角地帶사각지대에 문학 예술인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정부에서는 생계가 어려운 무직자에게 최저 생계비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 예술인은 이러한 생계지원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원고료나 출연료로 생계유지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음에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무관심 지대에 방치되어있다.
예술인들의 열악한 환경개선과 생계유지문제는 일차적으로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왜냐하면 문화예술인들이 국가발전의 동력인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도외시해서는 안 되며, 또 예술은 교육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이익에도 기여하지만 창의적 상상력은 미래사회를 설계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인의 지위향상과 복지 증진제도는 바로 문화국가, 문화국민을 만드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들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예술인의 복지 지원을 통해 창작활동 증진과 전반적인 예술발전에 기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예술활동 성과에 상응하는 정신적, 물질적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예술인의 산재보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예술인의 사회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아쉽다. 특히 예술인의 직업전환이나 고용창출에 관한 지원방안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은 점과, 원로 예술인의 생활안정 지원과 취약 예술계층의 복지지원 대책을 확실하게 구별해 놓지 않고 장차 설립될 ‘예술인 복지재단’에서 고안하여 시행하도록 한 점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생계가 어려운 예술인들은 대통령령으로 명시하여 국가가 그 생계를 책임지는 방법도 있을 만 한데 이런 것이 빠져 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만한 ‘예술인 복지법’이 입법된 것만도 크게 환영할 만하다. ‘예술인 복지법’은 1년 후에 발효되어 운영하면서 불합리한 모든 것을 개정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때문에 수혜대상 예술가와 당국자들은 모처럼 햇빛을 보게 된 이 법이 원만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상호 보완하면서 노력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하루 빨리 업무의 주체가 될 ‘예술인 복지재단’의 설립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
10년 전부터 이 ‘문화예술인 복지조합’ 설립을 위해 노심초사하며 온갖 심혈을 기울여 온 청하 성기조선생을 위시한 관계자 여러분에게 마음으로부터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業업의식과 프로의식
박 진 환
(시인, ≪조선문학≫ 주간)
업은 직업의 준말이고 프로는 프러페셔널의 준말이다. 생계를 세우기 위하여 일정한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의 종류를 직업이라 하고, 전문적 직업인을 프로페셔널이라고 풀이한다. 전자를 한 일에 매달려 종사한 百年從事백년종사라 한다면 후자는 밭갈이는 사내종에게, 길쌈은 계집종에게 묻는다는 耕當問奴 織當問婢경당문노 직당문비쯤에 해당하게 된다.
이 이치로 보면 표현이 다를 뿐 업과 프로는 다같이 자기가 하는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일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직업은 일할 수 있다는 행복에 값하는 것이고, 이 행복을 얻으려면 첫째 스스로가 선택한 일을 좋아해야 하고, 둘째 그 일을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되며, 셋째 그 일에 성공하리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세가지 조건을 요구한 것은 영국의 비평가 러스킨이다.
업과 프로는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필생의 주어진 운명이라 알고 그 일에 충실하며 그 일을 실천하고 실행함으로써 업의 성공을 통한 행복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장인 정신에 기초한다. 이러한 장인정신에서 스스로의 업을 출발시켜 프로의 경지에 도달하고도 인정받지 못한 채 푸대접을 면치 못하는 장인들이 다름아닌 이땅의 예술인들이다.
예술을 생명으로 알고 실천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정신적 추구에도 불구하고 제 좋아서 하는 일, 취미나 기호정도로 대접받아 온 게 이 땅의 예술인들의 처지였다는 것은 우리의 선인들의 경우에서 얼마든지 발견될 수 있는 것이었고, 오늘날에도 이러한 통념을 불식하지 못했던 게 이 땅의 예술인들이 겪어야 했던 바였음은 자타가 주지하는 바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들의 입장을 확 바꿔버린 일대 개벽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예술인 복지법」 제2조(정의)에 이 법에서 “예술인”이란 예술활동을 業업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데 공헌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업, 곧 프로로 인정하고 있는 법적 장치는 유사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예술인의 창작행위를 기호니, 취미니, 제나름의 취향으로 치부하던 기존의 통념을 깨뜨리고 떳떳한 장인으로서의 직업인으로 인정한 것이 예술인의 복지법이기 때문이다.
비로소 획득한 법적 지위랄까, 법에 의해 職人직인으로 인정받는 업인으로서의 예술인에 대한 자고 이래의 통념은 취미, 기호, 취향 따위에서 ‘문화국가 실현과 국민의 삶의 질향상에 중요한 공헌을 하는 존재로 정당한 존중을 받는 위치로 그 위상이 업그레이드 됐다.
사상 초유의 이 이일을 두고 예술인들은 자축의 분위기다. 그도 그럴것이 쟁이들의 위치가 법적 공인의 위치로 업그레이드 됐으니 그럴만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법의 제정과정을 두고 아전인수격의 공로를 앞세우는 집단이 있는가 하면 자축보다 개인적 공적으로 삼고자 하는 파렴치한 작태가 자행되고 있다는데 있다. 다같이 공유해야 할 자축을 개인적 영달이나 공적으로 내세우려는 인식의 오류를 지켜보면서 딱하고 참담하다는 생각을 떨쳐버지 못하게 한다.
그것은 예술인 복지법이 국회에 계류될 당시, 혼신의 노력을 다해 예술인의 법적 지위를 획득하고자 한 공로자들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 공로자는 맨처음 이 법을 입안하고 발의하여 예술인의 복지향상을 위해 희생적으로 노력했던 분들로서 이를 외면하고자 하는 작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법률은 사소한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영국속담이 있다. 예술인 복지법을 놓고 공적을 따지기보다는 제정된 법을 잘 지키고 활용하여 진정한 예술인의 복지가 향상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하고 또 기대해 본다.
?예술인 복지재단? 출범에 거는 기대
최 계 식
(수필가. ≪미디어 오늘≫ 부사장)
2011년 10월 28일, 국회에서 「예술인 복지법」이 통과되고 그 법에 따라 내년에 ?예술인 복지재단?이 출범한다.
생활환경이 열악한 예술인에 대한 생계비보조와 창작환경의 개선, 그리고 창작예술의 지원을 위하여 예술인 복지제도의 도입을 처음으로 주장한 성기조 시인(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은 “10년을 하루같이 이에 대하여 글을 쓰고 정부와 입법부에 청원했고 그들을 이해시켰다.”고 한다.
예술인들이 국가발전의 동력인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국가가 인정해야 하고 또한 예술이 교육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이익에도 기여하지만 창의력이 중시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써 공공재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예술품을 창작한 예술인들을 국가가 반드시 보상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향상은 물론 복지증진을 위하여 국가가 책임지고 신분보장을 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폈다고 회고한다.
예술인 복지제도의 완성을 위하여 정치권을 설득하고 관계기관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쏟아 부은 성기조 시인의 노력은 길고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이를 관철하기 위하여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씨의 선거공약에 “문화예술인 복지조합”을 설립하겠다는 조문을 처음 넣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창작예술인이 직업인이 아니라 무직으로 취급되던 때, 이만한 성과만 얻었어도 하늘을 얻은양 의기가 충천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회창씨가 낙선함으로써 이 일이 물건너 갔고, 그 뒤 이명박 현 대통령의 선거공약에도 이를 다시 넣게 한 뒤, 관계당국을 설득할 때, 창작예술이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산재보험 등, 국가에서 운용하는 법적인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견해와 예술인을 직업인으로 보기 어려운 특수한 지위를 가진 사람으로 치부하고 창작에 쏟아붓는 작업을 노동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각종 보험혜택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노농부의 견해, 그리고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 때문에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 없어서 예술인 복지 예산을 따로 편성할 수 없다는 기획재정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을 때는 참으로 난감했다고 하였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다가 한나라당 정병국(전 문화부장관) 의원을 비롯하여 네 사람의 국회의원이 「예술인 복지법안」을 의원입법으로 국회에서 발의하였고, 다시 이를 단일안으로 만들어 문화관광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의 과정은 책으로 엮어도 될 정도라고 했다.
여하튼 창작예술인이 직업인으로 인정되는 단군 이래 초유의 쾌거가 이루어지고 예술은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문화국가 건설의 주역을 맡는 산업이란 사실이 법률로 인정되었다.
1980년 대에 유네스코에서 창작예술인에 대하여 국가적 대우를 받아야한다는 결의문이 처음 나오고 이를 근거로 해서 예술인들이 국가적 대우를 받는 길이 열린지 30년만에 우리나라도 선진국가의 문화의식과 제도에 동참하게 된 기쁨도 함께 누리게 되었다. 더구나 우리 국회에서 여 ․ 야가 함께 예술인들의 복지문제에 눈을 돌려 이러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괄목할만한 일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불붙은 사회적 복지 문제가 아닌 특정집단인 예술가들의 기초생계문제에 관한 관심이 국민적으로 확대되어 예술가의 삶이 값지고 창작행위가 자랑스럽다는 자긍심을 갖게 된 것은 기쁘기 한량없는 일이다.
하루 빨리 이 법을 운용하기 위한 시행령과 대통령령이 완벽하게 제정되고 ?예술인 복지재단?이 출범하여 열악한 환경에서 창작예술에 전념하는 우리 예술가들의 삶이 환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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