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집 눈 뜨면 다시 안겨드는 세상

당신의 목소리로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14. 5. 25. 13:57

당신의 목소리로

                              이시은

 

한 해의 끝자락을

휘적이며 걷는 거리에서

알전구 걸쳐 입고 빛을 뿜는 나뭇가지에

목련꽃이 피었다던

당신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

 

당신이 이름 지어 불러 준 꽃들은

낯설지도 않은 듯

초근초근 내게 말을 걸어오고

나는 당신에게처럼 사근사근 대답합니다

 

오늘처럼 이름 지어 불러주면

무시로 찾아오는 그리움을

더불어 나눌 수 있겠지요

 

까마득한 기억의 둔덕에서 부터

머언 날 이름 모를 기다림까지

당신의 목소리로 이름 지어 부르게 하십시요

 

추억밭에 자란 꽃들이

미래의 동산에 뽀얀하니 피는 날

우리의 뭉클거리는 가슴도 하얗게 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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