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목소리로
이시은
한 해의 끝자락을
휘적이며 걷는 거리에서
알전구 걸쳐 입고 빛을 뿜는 나뭇가지에
목련꽃이 피었다던
당신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
당신이 이름 지어 불러 준 꽃들은
낯설지도 않은 듯
초근초근 내게 말을 걸어오고
나는 당신에게처럼 사근사근 대답합니다
오늘처럼 이름 지어 불러주면
무시로 찾아오는 그리움을
더불어 나눌 수 있겠지요
까마득한 기억의 둔덕에서 부터
머언 날 이름 모를 기다림까지
당신의 목소리로 이름 지어 부르게 하십시요
추억밭에 자란 꽃들이
미래의 동산에 뽀얀하니 피는 날
우리의 뭉클거리는 가슴도 하얗게 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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