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 앨범 방(무단복제를 금함)

친정 부모님 산소

청담 이시은 2009. 2. 14. 22:31

 지난해 어머니마저 세상을 버리고 아버지 곁으로 가셨다.

생전에 처럼 나란히 누우셔서 멀리 바라다 보이는 마을을 바라보고 계신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적은 시 한 편과 어머니 영결식에 쓴 조시를 부모님 유택 사진과 함께 올린다. 

 


           방문 열고 나서실 것 같은데

                                                              

                                                               이시은



아침에 입원하셨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떠났으나

열차 속에서 접한

유명을 달리한 소식이 웬일입니까


펄펄 뛰어도 시원치 않으련만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도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창을 향한

눈물바다 얼굴로

무너져 내리는 하늘을 담을 뿐입니다


지난 여름

당신 곁에 머물다 떠나는 저를 향해

달리기를 해 따라오실 듯한 몸짓을 하시며

환히 웃는 얼굴로 손 흔들던 아버지


마흔 여덟 해를 지켜보시던

그 하 많은 시간은 어디 두고

몇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말 한 마디 남기지 않으시고

홀연히 가셨습니까


멀리 계셔도 옆에 계신 듯

언제나 허기진 딸의 기둥이 되시던 아버님


“아버지!”하고 마당에 들어서면

환히 웃으며 방문 열고 나서실 것 같은 데

산자락에 누우신 당신은

아무 말이 없으시고


당신 유택에 흙을 밟으며

가슴에 멍울지던 울음만 안고 온 지금

겨울비는 자꾸만 가슴으로 파고듭니다

 

<이시은 제 3 시집 눈 뜨면 다시 안겨드는 세상> 수록


 

 

 

 

 

 

 

 하늘길 가시는 어머니

              - 어머니 영전에                                                

                                           이시은 


여든 여덟 해 동안 걷던

지상의 길을 떠나

하늘길 가시는 어머니


발걸음 걸음마다 넘치는 자정과

긴-밤 호롱불 아래서 가족들의 옷 지어시던 모습

엊그제 같은데


꽃같던 얼굴에 검버섯 피고

검은 머리 서릿발 내린 세월을 걸어

천상의 부름에 순응하여 저승길 가시옵니까


호수 같이 잔잔하고

바다 같이 넓은 가슴으로

허물 많은 자식들 품으시더니

한 마디 말씀도 없이

다시는 오지 못할 길 가시옵니까


한 발 물러서는 양보와

상대를 배려하는 아량으로

진중함과 여유를 가르치시고

말보다 행함으로 이르시더니

아직도 가르침에 목마른 저희를 두고 가시옵니까


넓고 깊은 어머니 품에서

저희 칠남매 행복에 젖어 살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이생에서 마지막 하직을 고하시는 어머니

자정 많고 어지신 어머니 온기

저희들의 가슴에 꺼지지 않는 등불로 켜져있습니다


산천초목 푸르름으로 충만한 계절에 떠나시는 어머니

근심 걱정 다 놓으시고

천상에서 영생토록 평안함 누리소서


언제나 마음의 안식처로 자리하시던 어머니께

그리움을 가슴에 묻으며

마지막 하직인사 올립니다


편히가십시오 어머니


2008년 6월 1일  어머니 영결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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