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영전에
이시은
여든 여덟 해 동안 걷던
지상의 길을 떠나
하늘길 가시는 어머님
발걸음 걸음마다 넘치는 자정과
긴-밤 호롱불 아래서 가족들의 옷 지어시던 모습
엊그제 같은데
꽃같던 얼굴에 검버섯 피고
검은 머리 서릿발 내린 세월을 걸어
천상의 부름에 순응하여 저승길 가시옵니까
호수 같이 잔잔하고
바다 같이 넓은 가슴으로
허물 많은 자식들 품으시더니
한마디 말씀도 없이
다시는 오지 못할 길 가시옵니까
한 발 물러서는 양보와
상대를 배려하는 아량으로
진중함과 여유를 가르치시고
말보다 행함으로 이르시더니
아직도 가르침에 목마른 저희를 두고 가시옵니까
넓고 깊은 어머님 품에서
저희 칠남매 행복에 젖어 살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이생에서 마지막 하직을 고하시는 어머님
자정 많고 어지신 어머님 온기
저희들의 가슴에 꺼지지 않는 등불로 켜져있습니다
산천초목 푸르름으로 충만한 계절에 떠나시는 어머님
근심 걱정 다 놓으시고
천상에서 영생토록 평안함 누리소서
언제나 마음의 안식처로 자리하시던 어머님께
그리움을 가슴에 묻으며
마지막 하직인사 올립니다
편히가십시오 어머님
2008년 6월 1일
어머님 영결식에서 셋째 딸 올림
'이시은 시가 걸린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 이시은 (0) | 2008.07.22 |
---|---|
강가에 서 있으면 / 이시은 (0) | 2008.07.09 |
이탈하는 시간 / 이시은 (0) | 2008.05.07 |
봄의 소리 / 이시은 (0) | 2008.04.05 |
달빛 / 이시은 (0) | 2008.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