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 이시은(시인. 수필가) 일탈을 꿈꾸며 철새처럼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발길을 옮겼다. 일상의 지루함과 마음의 어수선함을 털어내고자 떠난다면, 낯선 곳으로 향해 발길을 놓아야 하겠지만, 웬 연유인지 오래전부터 친숙한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해운대는 산촌에서 자란 내게 너무도 생경한 모습으로 다가오던 곳이다. 여고 시절 처음으로 해운대에 가 보고 바다를 알게 되었다. 바다는 오밀조밀한 산촌의 풍경과는 달리 광활함과 변화무상한 출렁임이 함께 하는 곳이었다. 사람은 첫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첫사랑을 못 잊는 것처럼 내가 바다를 처음 만나 바다의 품에 안기곤 하던 곳이 이 해운대이고 보면, 이곳으로 발길이 닿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