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족두리 이시은(시인. 청하문학회 고문) 활옷을 입고 족두리를 쓰고 있는 신부의 사진을 보고 있다. 사십 년 전 폐백을 올리기 위한 나의 모습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사진이다. 앨범 속에 넣어 보관하고 잊고 있던 모습을 다시 보니 그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족두리를 쓰고 폐백을 드리는 것은 시댁 사람들과 나누는 첫 번째 인사며, 가족으로 만나는 예식이다. 저 족두리를 쓰기까지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는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어깨에 짐을 진 것 같다. 한 사람의 아내가 되어 다른 가문에 며느리가 되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 일인가. 결혼 일자를 잡아두고 결혼식 날까지 그런 생각에 잠을 설쳤다. 그때를 생각하면 요즈음 젊은이들의 결혼 일자를 몇 개월 전에 잡는 것을 보면서, 지금처럼 기일이 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