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신문연재글)

목련꽃 사랑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19. 5. 3. 10:06

 

 

                                           목련꽃 사랑

                                                                          

                                                                             이시은

창밖이 눈 내린 듯하다. 커다란 목련 나무 두 그루가 수많은 꽃을 피워 시선을 끈다. 봄이 되면 목련꽃을 보는 즐거움이 있어 행복하다.

 

삼월이 시작되면서 부터 찬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목련의 꽃눈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조금씩 커가는 꽃눈을 보며 언제쯤 꽃을 피우려나 하는 기다림이 더해온다. 삼월 중순이 넘어서면서 꽃눈은 눈에 띄게 달라지더니, 어느새 하늘을 향해 촛불을 밝힐 듯한 꽃눈에서, 실눈을 뜬 보오얀 꽃잎이 온몸을 웅크리고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했다. 가슴에는 설레임이 일고 꽃 봉우리와의 눈 맞춤이 잦아진다.

 

하루가 다르게 눈을 뜨는 꽃 봉우리가 가렴한 얼굴을 내밀더니 한 닢씩 꽃잎을 펴기 시작한다. 꽃잎이 벙글기 시작하여 가지 끝에 탐스러운 꽃이 피어날 때면, 마음을 사로잡아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본다. 주먹만 한 꽃송이가 연미색 옷을 입고 바람결에 일렁이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꽃송이다. 아름답기 그지없다. 현란한 색도 아니건만, 이토록 품위 있고 화려하기 까지 한 목련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봄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꽃이 떠오르고, 그 꽃 중에는 목련꽃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내게 있어 목련꽃은 기다림의 대상으로 오래된 연인과도 같다. 목련이 뜰에서 봄을 여는 동안 설레임을 안고 황홀한 시간을 나눈다. 잎새도 없이 어쩌면 그토록 커다란 꽃으로 하늘을 향해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유연한 몸짓을 하고 있을까. 나는 목련꽃처럼 우아하고 고귀한 모습을 닮고 싶어 해왔지만, 그 바람은 무리한 욕심임을 안다.

 

세속에 시달리며 오욕칠정을 담고 살아가면서, 바람과 이슬을 먹고 살다 생의 진수를 내 보이는 모습을 닮고자 하는 것은, 그저 바람이며 부러움이고, 나의 찌든 모습을 씻어보고자 하는 소망일 것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목련꽃을 사랑하고 기다리며, 닮고 싶은 마음을 접을 수가 없다.

 

목련이 지고 파아란 잎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피어날 목련꽃과의 만남을 가슴속에 키운다. 겨울 내내 윙윙대는 바람을 맞고 서 있는 가지 끝에 매달린 꽃눈을 바라보다, 목련이 필무렵 들뜬 마음으로 꽃눈에 눈길을 주곤한다. 멀리 떠났던 연인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런 것이리다.

 

목련꽃은 의리 있고 믿음이 있는 사랑이 깊은 연인이다. 해마다 나의 기다림을 저버린 적이 없고, 언제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겨 주었다. 그 만남의 기쁨으로 마냥 행복해 하였다. 올해도 가지마다 탐스러운 꽃을 매달고 나와 눈 맞추고 대화를 나누며, 바람결에 옷자락 나부끼며 반가움을 전해온다.

 

며칠간 연인과의 만남처럼, 황홀한 상봉 후에 미련 없이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아쉬운 마음으로 또 한해를 지나 찾아 올 기다림을 가슴 속에 키우기 시작 한다. 기다림이 없는 시간들은 얼마나 삭막하고 쓸쓸하랴. 비록 말 못하는 꽃일지언정 내게 심고 가는 그리움으로 한 해 동안 기다림의 불씨를 안고 행복해 할 것이다.

 

봉긋한 꽃송이로 한껏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를 자아내며 함께하던 목련꽃이 꽃잎을 늘어뜨리며 낙화 할 준비를 한다. 행복한 날들도 언제 까지나 지속되어 지지는 않는다. 또 한 번 아름다운 만남을 즐기고, 길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꽃들을 한층 더 잘 볼 수 있도록 유리창을 깨끗이 닦아 본다. 반가운 만남 뒤에는 이별이 기다린다. 기약이 있는 이별은 기다림이 있어 행복하다. 다시 또 한해를 기약하며, 목련꽃이 길을 튼 봄의 길목에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나는 날, 따스한 햇살을 안고 꽃 같은 웃음 날리며 걷고 싶다.

 

나의 유별난 목련 사랑은 여러 편의 시를 쓰게 했다. 여러 편의 시들 중 등단 작품인 나의 시 ‘목련’을 적어본다.

 

//목련 가지에/봄이 벙그는 하얀 꽃송이//이 세상 시름/너의 이름에는 없어라//지순한 모습에는/잎의 호위도 부질없는 겉치레//고귀한 듯 화려한 순백의 꽃잎으로/봄을 부르는/생명의 절정이여//바람 스친 뜨락/낙화된 옷자락 스치는 그 자리/아쉬운 비질은 하지 않으리//언약을 하자/새끼손가락 걸며/북풍 스치고 새하얀 봄을 열리라고//

 

-이시은 시 <목련> 전문-

 

 

           한국문학신문 < 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