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의 기사 모음

불교신문에 소개 된 시집괴 시 "사라진 낙산사"

청담 이시은 2006. 10. 29. 17:08
 

“불서와 함께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수행.명상서적으로 마음 살찌우고
시집 한권 읽으며 삶의 여유 찾기


가을이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들판의 곡식을 무르익혀 과실을 내어 놓고, 한 해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는 때다. 마음의 결실은 얼마나 얻었을까. 바쁜 일상에서 자칫 시 한편을 읽는 여유, 좋은 경구를 한마디 듣고 실천하는 미덕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되돌아 볼 시간이다. 추석 연휴를 맞아 최근 발간된 도서를 추천한다.

#에세이 경전류

최근 중진스님들이 수행과 포교의 삶을 고백한 책이 다수 출판됐다. 또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수행과 명상에 대한 서적을 권한다. 바쁘고 무미건조한 도시인의 삶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은〉(광문각)은 지리산 천은사 주지 금종스님의 수행이야기. 소소한 일상마저 수행이라는 가르침이, 다양한 일화를 통해 소개된다. 비구니 보각스님의 자서전 〈북한산 호랑이〉는 한국전쟁 전후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장한 사찰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핵의 평화 생명의 평화〉(열린아트)는 도석스님이 히로시마 원폭피해자들과 함께 해온 10여년간의 삶이 녹아 있는 책이다. 또 〈중이 여자하고 걸어가거나 말거나〉(당그래)는 강원도 철원에서 사진기를 통해 자연을 담아내고 있는 도연스님의 수행기록서이다.

각종 교양도서 및 수행명상도서도 다수 출판돼 있다. 부처님이 열반을 앞두고 설한 법문을 모은 책 〈부처님의 유언〉(맑은소리 맑은나라),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있는 아잔차 스님의 법문이 담긴 〈아잔차스님의 오두막〉(김윤 옮김, 침묵의 향기), 〈티벳스승들에게 때갈음의 길을 묻는다면〉(초펠 옮김, 하늘호수) 등은 마음을 살찌울 가르침이 담긴 책이다.

인문서적으로 〈중국의 불상〉(배진달, 일지사), 〈세계종교로 보는 죽음의 의미〉(존 바우커, 청년사), 〈천국을 낭비하는 사람들〉(박해조, 도솔), 〈끙끙거리며 살지 마라〉(사이토 시게타, 도솔) 등은 독자를 사색의 숲으로 인도한다.

#시집

“해송과 손잡고/ 떠오르는 햇살 품고/ 동해바다 천년을 지키던 자리// 어둠 틈타 자라난 불씨에/ 몸 내어주고/ 사라진 낙산사// 천년 세월 너흘대는 불길 속에 날려/ 사리로/ 경으로/기억 속에 탑을 쌓고// 동해물 업어 날라/ 송림 키워 바람 잠재우고/ 부처님 뜻으로 심지 돋우어// 낙산사 불상 물결위에 어리겠다/ 환생한 그 모습/ 억겁을 살겠다.”(이시은의 ‘사라진 낙산사’)

현대 시는 자연과 문화를 주제로 한 내용이 많다. 1980년대 후반까지 많은 시가 저항적, 사회 참여적 성향을 지닌 글이 많았다면, 1990년대 들어서는 민중의 어려운 삶의 현장을 글로 담았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생명의 가치, 자연의 본질, 전통문화의 정신의 회복을 주제로 담는 글이 부쩍 늘고 있다. 자연히 불교에서 소재를 찾는 경우도 잦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 가만히 손 대고 눈 감다가/ 일천이백 년 전 석등이/ 저 혼자 타오르는 모습/ 보았습니다// …그토록 오래 불씨 보듬고/ 바위 속 비추던 석등/ 잎 다 떨구고 대궁만 남은/ 당신의 자세였다니요”(고두현의 ‘부석사 봄밤‘ 중)

천년고찰의 숨소리를 통해 삶과 죽음의 마음을 표현한 시다. 중견시인들이 최근 발간한 시집 중 한 권을 집어 들자.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언어로, 고향집과 추억을 돌아보면 어떨까.

#어린이 도서

최근 나온 신간을 보면 어린이를 위한 불서는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 종교적 색채를 직접 들어내진 않지만 ‘삶’ ‘자연’ ‘전통가치’를 소재로 한 책들이 다수 발행되고 있다. 그 속에 담긴, 부처님이 말씀하신 삶의 자세를 발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보물〉(솔바람)은 서울 북촌생활사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경애씨가 엮은 불교설화집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중학생을 대상으로 썼다. 책에서는 사찰에 얽힌 설화 18편을 소개하고 있다. 이오덕 선생이 엮은 ‘보리어린이 시리즈’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 〈꿀밤줍기〉(보리) 등은 어린이들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치 사전〉(채인선 지음, 한울림어린이) 〈숲속이 궁금해요〉(가문비) 등도 어린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9월의 신간도서

<9월의 신간도서>

도서명 저자 출판사

인문 에세이

끙끙거리며 살지마라 노희운 옮김 도솔

부처님의 유언 공파스님 맑은소리맑은나라

다시 태어나도 이길을 금종스님 광문각

핵의평화 생명의 평화 도석스님 열린아트

경이야기 지성스님 옮김 우리출판사

버리지 못한 가난 이혜정 옮김 책씨

무경계 김철수 옮김 무우수

의심끊고 염불하세 김지수 옮김 불광출판사

천국을 낭비하는 사람들 박해조 도솔

중이 여자하고 걸어가거나 말거나 도연스님 당그래

시가 있는 풍경 이기와 가교출판

마음호흡 김한용 명상

달라이라마 평전 백선희 옮김 아침이슬

깨달음의 길을 묻는다면 초펠 옮김 하늘호수

세게종교로 보는 죽음의 의미 유기쁨 옮김 청년사

중국의 불상 배진달 일지사

인재경 한정은 옮김 파라북스

숲에서 길을 묻다 유영초 한얼미디어

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이시은 신우

좀꽃마리 오소후 혜화당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노향림 창비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고두현 문예중앙

천둥을 쪼개고 씨앗을 심다 이문숙 창비

춤 박형준 창비

독도 조주환 동학시인선

어린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보물 이경애 솔바람

왕후 심청 최향숙 샘터

아름다운 가치사전 채인선 한울림어린이

숨숙이 궁금해요 이옥용 가문비

파울라는 안경을 좋아해 유혜자 옮김 고래실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 이오덕 보리

뒷드르 이렁지의 하소연 이완 현암사

궁금하거든 장수하늘소 고래실

줄줄이 꿴 호랑이 권문희 사계절

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불교신문 2163호/ 9월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