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 시가 걸린 방

화답/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06. 5. 5. 21:26
        화답 글 / 이시은
        천지가 꽃들의 소리로 들썩거리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허풍 떨어봐도 명치끝 푸른 피 맺히는 외로움을 허리 찔러대는 꽃샘바람 먼저 알고 있더라 밤 지날 때마다 하늘에서 자라는 달의 크기를 나뭇가지에 옮겨 키운 잎새에 대금소리 내는 슬픔도 이슬에 헹구어 걸어놓더라 가슴 출렁대다 가라앉고
        산과 들도 들썩이다 내려앉는 것을 아무도 막는 이 없더라 밤새 칼 갈던 꽃샘바람도 꽃웃음에 기가 눌려 주저앉고 햇살 달구어 잎 빚는 계절 앞에 조용히 옷자락 여미더라 산다는 것이 봄날에 꽃샘바람 질탕하게 놀다가는 그것 닮은 것이더라 어쩔래 어쩔래 아무리 물어봐도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계절 닮은 외로움을 한평생 키우고 살 수 밖에 없다더라. 이시은 제 4 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