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계 황룡동굴 - 환상의 동굴 여행
장가계 황룡 동굴
- 환상의 동굴 여행
이시은
‘중화 최대의 아름다운 저택’이라는 이름을 가진 황룡 동굴 입구에는 크고 작은 물레방아가 맞물려 돌아가며 시선을 끈다. 동굴 입구는 두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여느 동굴의 입구와 비슷하다. 동굴에 들어서서 몇 발짝 들어가서 행복의 문과 장수의 문 앞에 섰다. 행복의 문으로 들어섰다. 아직은 장수를 바라기보다는 행복을 더 바라는 나이인가보다.
바깥 날씨와는 달리 시원한 기운이 상쾌하다. 동굴 내부가 덥다고 하던 가이드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서늘한 기온은 동굴을 걷는 발길을 가볍게 한다. 동굴 안내를 맡은 가이드를 따라가며 동행자들은 서로를 챙겼다. 동굴 안에서 미아가 되면 어쩌나 하는 염려 때문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웅성대는 동굴에서 길을 잃을까 마는, 음습하고 어두운 동굴이 주는 느낌은 서로 같은 것인가 보다.
황룡 동굴은 장가계 무릉원 제일 동쪽에 있는 삭계곡 북단에 있다. 이곳은 1983년에 발견된 곳으로, 석회암 용암동굴로서 중국 10대 용암동 중 하 나다. 동굴의 구조는 상하 4층으로 되어 있으며, 총 면적은 618ha나 되며, 동굴을 지탱하고 있는 종유기둥의 길이를 모두 합한 것이 14,000m 에 달하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굴 내에는 1곳의 물구덩이와 2곳의 하류, 3곳의 폭포, 4곳의 연못, 13개의 궁전, 96개의 길이 있고 각각 석유, 석주, 석화, 석복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정해신침(定海神針)이 있는 곳은 황룡동굴에서 가장 기이한 풍경을 가진 곳으로 유명하다.
얼마간을 걸어 배를 타고 가는 호수에 다다랐다. 얼마나 동굴이 크면 10여 분을 배를 타고 가야 하나! 깊이가 6m에 이른다는 물길을 따라 동굴의 심장부로 들어가고 있다. 그간 보아왔던 동굴의 연못을 생각하며 동굴의 규모를 상상하고 있을 때 배는 우리를 내려놓았다.
사람들의 소리가 울림이 되어 공명으로 들려온다.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넓은 광장의 규모는 입이 벌어지게 한다. 그저 산이려니 하고 바라보았을 땅 속에 이토록 엄청난 동굴의 나라가 있었다니, 수억 년의 비밀을 안고 종유석과 지하수는 그들의 법칙을 어기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지하수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심산계곡에서 듣던 물소리다. 무수히 많은 계단을 밟고 오를수록 석주들이 오색 조명을 받은 모습은 환상적이다. 무더기로 솟아 있는 석주의 모습을 보며 수억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오르는 듯하다.
정해신침定海神針 주위에는 수많은 석주가 서 있다. 그중 19.2m에 달하는 종유석이 눈에 띈다. 가늘게 높이 솟은 이 종유석이 정해신침定海神針이다. 가장 가느다란 곳이 10센티라, 부러질까 1억 위안의 보험을 들었다. 부러지지 않고 6만 년이 지난다면 천정에 닿을 수 있다고 한다. 그때는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터이니 상상으로 천정에 닿는 모습을 그려본다.
저 석주들이 자라온 시간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다. 석주 앞에 선 나의 생애는 촌각에 불과하다. 살며시 손을 갔다 대어보고 싶다. 그러나 손은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억겁의 세월로 만든 석주에 작은 흠이라도 생기게 할까, 끝내 손을 내밀지 못하고 눈을 크게 뜨고 응시할 뿐이다. 누구도 모르게 쌓아 온 자연의 속살을, 이렇게 숨어들어 볼 수 있는 것마저 미안하고 감사해야 하련만, 무슨 욕심을 부릴 수 있을까.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까마득히 불빛을 따라 이어지는 길들이 마치 도심의 높은 빌딩에서 내려다보는 불 밝힌 도로처럼 이어져 있다. 직선의 도로가 아닌 유선으로, 층층으로 이어진 도로다. 땅속의 왕국이 어둠 속에 형형색색 불을 밝히고 뾰족뾰족 그들의 역사를 쓰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운집하여 시원한 기운은 사라진 지 오래다. 후텁텁한 더위에 땀을 닦아낸다. 안내자들이 확성기로 떠드는 소리에 정신이 없다. 왜 덥다고 하였는지 알만 하다. 놀라움은 너무나 큰 동굴의 규모와 수많은 석주, 너무 많은 인파와 시끌벅적한 안내자들의 소리다. 더한다면 무수히 많은 계단을 그토록 반듯하게 만들어 놓은 것과 휘황찬란한 불빛이다.
어느 여행객의 “황룡 동굴 갈 때 준비물로 ‘고무줄’을 가져가라”는 메모를 보았다. 놀라서 턱이 떨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다행히 턱은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었다. 턱은 붙어 있어 다행이지만, 동굴에 상처 하나를 더하고 온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수분을 먹고 크는 종유들이다. 사람들과 조명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유구한 세월로 만든 자연에 해가 될까 염려가 된다. 사람들은 좋은 것이 있으면 가지고 싶고, 아름다고 신기한 것은 보아야하니, 무어라 할 말이 있으랴. 그저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져보는 것으로 답이 될까.
올라간 만큼의 계단을 밟고 내려와 다시 행복 문과 장수 문 앞에 섰다. 망설임 없이 장수 문으로 걸어 나왔다.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 또한 인간의 본능이라 그 본능의 길을 걸어 동굴을 나섰다. 동굴 밖은 햇살이 밝게 빛나고, 물레방아도 시계 바늘처럼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한국문학신문 <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