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신문연재글)

장가계 여행 - 천문산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18. 6. 14. 20:48

 

 

                                    장가계 여행

                                                   -천문산

                                                                                       이시은

천문산이 들뜬 마음으로 케이블카에 오른 일행을 기다린다. 세계에서 제일 길다는 7,455m 케이블카는 장가계 시내에서 건물 지붕 위를 지나 천문산 정상을 향해 가고 있다. 장가계에서 가장 높은 1,518m의 산으로 1,300m 지점까지 연결된 케이블카이다. 절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30여분이나 걸리는 짧지 않는 시간이었으나, 알몸으로 서 있는 절벽들을 즐기는 동안 어느새 천문산 위에 데려다 놓았다.

 

깎아지른 절벽에 잔도를 만들어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길을 바라보며, 이 절경의 산은 신이 만들었다고 하고, 저 잔도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가라앉지 않았다. 사람이 만든 것은 분명한데,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하는 의구심을 안고 들어서는 잔도에서 내려다보는 천길 벼랑, 아! 하고 연탄을 쏟아 내었다.

 

여태 이토록 깎아지른 절벽에 매단 길을 걸어 본 적이 있었던가. 3시간 비행기를 타고 장사공항에 내려 5시간을 달려 도착한 장가계, 그 중 첫 번째 여행지인 천문산 잔도 위를 걷는 순간 여행 경비의 대가는 이미 얻었다고 생각되었다. 영상으로 보아오던 유리잔도, 귀곡잔도, 천문동을 이 작은 발로 밟고 보고 갈 것이다. 수백 미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개미처럼 걷고 있는 나는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잔도를 걸으며 어지름 증이 가시기도 전에 이어지는 유리잔도에 들어섰다. 투명하게 내려다보이는 발아래로 떨어져 내릴 것만 같다. 저곳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공중에 매달려 천길 벼랑을 바라보는 아찔함을 견디기 위해 내뱉는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먼 곳과 발아래를 번갈아 바라보며 발길을 옮기며, 이 길을 만든 사람들을 생각 했다.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해 낼 수 없는 일이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다. 그 목숨을 건지기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형수들이 동원되어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살기 위해 죽음의 길에 나선 그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귀신이 걷는 길이라 하여 귀곡잔도라 불려진다’는 귀곡잔도에 들어서니 빨간 천을 매단 나무들이 길을 연다. 이 명산을 찾은 사람들이 소원을 매달고 간 것이리라. 온 산이 깎아지른 절벽이라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잔도이고, 눈 뜨고 바라보는 곳 모두가 절경이다. 틈틈이 사진을 찍으며 하나라도 더 눈에 담고 가고자 열심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 사진들이 먼 훗날 오늘의 감흥을 되살리는 추억으로 간직 될 것이다.

 

휴게소에서 아이스케이크를 먹으며 휴식을 취한 뒤 천문동으로 발길을 옮겼다. 산꼭대기에 커다랗게 보이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하늘을 향하는 문이란다. 산 속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는 길이가 길어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암벽을 뚫고 만든 에스컬레이터가 7개이며 천문동 입구까지 총 12개가 있다니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천문동은 구멍이 뚫린 바위산으로 구멍의 크기가 높이 131.5m, 너비 57m이고 깊이가 60m나 된다. 에어쇼를 할 때 미니 비행기가 두 대나 통과 했다고 한다. 참으로 엄청난 규모이다. 이곳을 통과하여 내려다보니 아득한 계단이 눈앞에 펼쳐진다. 천문동으로 오르는 상천제로 999계단으로 하늘로 오르는 길이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상천제 아래로 내려왔다. 버스를 타고 통천대도로 올라 온 사람들이 천문동을 향해 상천제로 올라가는 모습이 아득해 보인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던 고불고불한 통천대도로 내려가야 한다. 천문산은 통천대도를 오르내리는 전용 미니버스를 타고 올라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든지, 케이블카로 올라가 버스를 타고 내려와야만 한다.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은 너무 위험한 길이었다. 운전기사들은 신들린 듯이 운전을 한다.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굽이진 길을 내려간다. 곡예를 보듯이 마음이 조려온다. 통천대도에는 이 버스들 외에는 운행이 금지되어 있다. 그만큼의 위험이 있는 곳이며, 숙련된 운전 만 가능하다는 의미 일 것이다.

 

버스를 타고 내려와 돌아보는 천문산이 저만큼 하늘을 향해 서 있다. 하늘문이라는 천문동도 자그마해 보이며, 잔도는 식별조차 어렵다. 곳곳에 해놓은 시설들이 아니면 어떻게 저 산을 오를 수 있을까. 그 엄청난 시설들을 해놓고 가는 곳마다 입장료를 받아 올리는 관광 수입은 대단한 것이다. 천혜의 자연을 준 것은 분명 하늘의 선물이다. 그러나 하늘의 선물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그들의 노력으로 벌어들이는 엄청난 수입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년 평균 200일이 비가 온다는 장가계에서 5일을 보내면서 잠시 스쳐가는 비를 보았을 뿐 관광시간에 비를 맞지 않고 풍경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한다. 비가 오고 구름이 끼어 그 절경들을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하늘은 내게도 선물을 준 것이리라.

 

                        한국문학신문 <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