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시집 빈 가슴에 그린 풍경
새해로 가는 길목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15. 3. 25. 17:31
새해로 가는 길목
이시은
겨울바람 사이로
기침처럼 끓던 소리들이
세모의 길목에서 허리를 늘어뜨린다
뒤 돌아보는 곳에 서성이는 그림자는
탈색 된 화폭 속 그림되어
추억의 꼭지점에 또 하나 점으로 앉고
내일을 여는 깃발에 그려진 연대표는
한 눈금 키 큰 숫자를 갈아 단다
새해로 가는 길목
기대와 희망이 꿈으로 화장하고
고향집 고샅 같은 기억들이
둔탁한 소리에 눌려 잠잠해 진다
마지막이라는 말에 실려 있는
옷 벗은 나무 같은 느낌들은
발길 멈추고 고개 돌리게 하는 연줄을 걸고
더운 김 일던 날들도 십이월 끝자락에는
조용히 언 땅에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