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 이시은 2014. 5. 5. 13:59

 

 

 

 

화답

 

                    이시은

 

 

 

천지가 꽃들의 소리로 들썩거리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허풍 떨어봐도

명치끝 푸른 피 맺히는 외로움을

허리 찔러대는 꽃샘바람 먼저 알고 있더라

 

밤 지날 때마다

하늘에서 자라는 달의 크기를

나뭇가지에 옮겨 키운 잎새에

대금소리 내는 슬픔도

이슬에 헹구어 걸어놓더라

 

가슴 출렁대다 가라앉고

산과 들도 들썩이다 내려앉는 것을

아무도 막는 이 없더라

 

밤새 칼 갈던 꽃샘바람도

꽃웃음에 기가 눌려 주저앉고

햇살 달구어 잎 빚는 계절 앞에

조용히 옷자락 여미더라

 

산다는 것이

봄날에 꽃샘바람 질탕하게 놀다가는

그것 닮은 것이더라

 

어쩔래 어쩔래 아무리 물어봐도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계절 닮은 외로움을

한평생 키우고 살 수 밖에 없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