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시집 바람의 노래

목 쉰 억새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14. 1. 7. 09:29

목 쉰 억새

                                  이시은

 

겨울 길목

목 쉰 억새

바람과 구름 안고 서 있다

 

해마다

지름길도 아닌

돌아가는 길도 아닌

오직 바람과 구름에 가슴 나누며

발길 놓이는 대로 걸어

 

은빛 머리 휘날리던 머리칼

쏟아지는 독백으로 물들여

더 하얀하니 희어져서

가장 가벼운 무게를 이고

 

가을 익어

생각이 깊어지면

사정없이 흔들리는 어지럼증에도

푸석한 머리칼 빗질하며 서 있는 너는

 

내게도

수만의 언어로 물들여

어느새 은빛머리 너를 닮아

비틀거리는 몸 뿌리 하나로 딛고 서서

바람과 구름 안고 서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