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시집 바람의 노래

세모의 밤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14. 1. 7. 09:22

세모의 밤

                                   이시은

 

어둠 내린 길목

자라목을 한 길손들은

거북이 걸음이다

 

겨울나무 끝에 남은 마지막 잎새 같은

날짜를 매단 세모

 

잊었던 얼굴들의 안부가

궁금증으로 일고

서먹한 얼굴로 등 보이던 사람에게

손 내밀고 싶어지는 밤

 

잘못들이 내 탓으로

천근의 무게로 다가서는 어둠속에서

하나 둘 비워 내는 가슴은

무한의 바다

 

끝은 시작을 위한 되돌이표

세모의 길목에 부는 바람은

또 한 번 이별가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