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 수필방

도심 속의 시골 풍경

청담 이시은 2012. 10. 30. 12:08

 

도심 속의 시골 풍경

 

                                                                    이시은

 

 좁은 골목길 담장너머로 감나무들이 듬성듬성 서서 가을 옷을 입고 서 있는 풍경 사이로 사람들이 오간다. 시골 골목길에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적하게 거닐고 있는 것이다.

 

 유리창을 통해 바라다 보이는 풍경은 담장너머로 펼쳐지는 시골 골목길이었다. 육층 건물에서 바라다보이는 인사동에 저토록 한적한 시골길의 풍경이 있었더란 말인가. 눈을 의심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다름 아닌 쌈지길 옥상이다.

 

 쌈지길 건물이 지어질 무렵 인사동을 거닐면서 바라다 본 기억이 떠오른다. 나무로 외벽을 만들어 조금은 생소한 느낌을 주면서도, 인사동 거리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건물 전체를 마치 시골장터를 구경하듯이 길처럼 생긴 복도를 거닐면서 가계안의 물건들을 구경 할 수 있도록 설계된 독특한 건물이다. 가끔 약속이 있을 때는 그곳 지하에 있는 음식점에서 약속을 하곤 하지만, 쌈지길 옥상을 가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옥상의 풍경을 알 리가 없다.

 

 그 동안 그 건물을 수없이 드나들면서도 몰랐던 풍경을 길 건너 다른 건물에서 내려다보면서 새로운 풍경을 접하고 오랫동안 눈길을 떼지 못했다. 서울의 한복판 인사동거리, 인사동거리에서도 다름 아닌 옥상에서 느끼는 시골 골목길이다. 금방이라도 기다리던 일가친척들이 그 골목길로 들어 설 것 같고, 누군가를 그 골목길에서 배웅하며 손을 흔들고 서 있을 것만 같다.

 

 지금 아파트나 건물에서 나누는 작별이래야 문을 열고 인사를 하거나 엘리베이터가 있는 승강구까지의 배웅이 고작이다. 그래서 일까. 어릴 적 시골에서 손님을 배웅 할 때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동네 골목길을 걸어나가 동구 밖에서 배웅을 했다. 떠나는 사람의 모습이 시야에서 멀어져 갈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있고, 가는 사람 또한 몇 번이고 뒤 돌아보며 손을 흔들곤 했었다.

 

 오랜 도회지 생활로 까마득히 잊혀져있던 모습들이 마치 골목길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실감나게 조성된 옥상길을 보면서 그리움이 되어 찾아들고,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린 듯 서운함이 몰려온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친정집에 갔다 돌아 올 때 면, 연로하신 어머니는 떠나보내는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동구 밖에 앉아 바라보시곤 했다. 오늘처럼 가을바람이 서늘할 때면 쉐터를 걸쳐 입고 바람 앞에 서계시시던 어머니는, 이제는 제사에 다녀가는 자녀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바라보이는 곳에 유택을 마련하고 계신다.

 

 수시로 드나드는 인사동 거리는 옛 물건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향수가 있어 즐겁고, 갤러리가 많아 마음을 풍요롭게 하던 곳이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잠재되어 있던 향수가 봇물처럼 밀려드는 탓일까. 오늘 따라 그리움과 쓸쓸함이 가슴을 파고들고 발길은 인사동 좁은 골목길을 따라 시골 소녀가 되어 거닐고 있다.

 

2009.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