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 시가 걸린 방

이탈하는 시간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10. 3. 13. 14:24


이탈하는 시간
                                             이시은
바늘 끝으로 쑤시는 냉기로
온 세상 얼음나라로 만들 것 같았는데
냄비에 더운 김 오르 듯 봄날은 오더니
삼사월 고개 넘어 
햇살이 불화살되어 쏟아진다
응급실에서 호흡기에 의존한 생명이
땀으로 붙들고 있는 시간인 걸
아하
한 줄로 꿰어 들고 있는 줄 알았던
시간들이 이탈해 
세월 저편으로 떠나고 있구나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는 몸의 속도계는
후진을 계속하는데
갈수록 신바람나게 달리는 시간의 경주
모르는 체 해야 할까
그러지도 못하려면
시간의 운전석에 앉아
여유 있는 미소로 스치는 풍광 엮어
시나리오 한 편 만들어 볼까
훗날에
어느 누가 레디 고 하지 않더라도
이시은 제 5 시집 '빈 가슴에 그린 풍경'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