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 시가 걸린 방

방문 열고 나서실 것 같은데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09. 1. 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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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열고 나서실 것 같은데 글 / 이시은 아침에 입원하셨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떠났으나 열차 속에서 접한 유명을 달리한 소식이 웬일입니까 펄펄 뛰어도 시원치 않으련만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도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창을 향한 눈물바다 얼굴로 무너져 내리는 하늘을 담을 뿐입니다 지난 여름 당신 곁에 머물다 떠나는 저를 향해 달리기를 해 따라오실 듯한 몸짓을 하시며 환히 웃는 얼굴로 손 흔들던 아버지 마흔 여덟 해를 지켜보시던 그 하 많은 시간은 어디 두고 몇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말 한 마디 남기지 않으시고 홀연히 가셨습니까 멀리 계셔도 옆에 계신 듯 언제나 허기진 딸의 기둥이 되시던 아버님 “아버지!”하고 마당에 들어서면 환히 웃으며 방문 열고 나서실 것 같은 데 산자락에 누우신 당신은 아무 말이 없으시고 당신 유택에 흙을 밟으며 가슴에 멍울지던 울음만 안고 온 지금 겨울비는 자꾸만 가슴으로 파고듭니다
      이시은 제 3 시집 <눈 뜨면 다시 안겨드는 세상> 수록 ♬배경음악:Dixie /Ronnie Mcdo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