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열고 나서실 것 같은데
글 / 이시은
아침에 입원하셨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떠났으나
열차 속에서 접한
유명을 달리한 소식이 웬일입니까
펄펄 뛰어도 시원치 않으련만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도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창을 향한
눈물바다 얼굴로
무너져 내리는 하늘을 담을 뿐입니다
지난 여름
당신 곁에 머물다 떠나는 저를 향해
달리기를 해 따라오실 듯한 몸짓을 하시며
환히 웃는 얼굴로 손 흔들던 아버지
마흔 여덟 해를 지켜보시던
그 하 많은 시간은 어디 두고
몇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말 한 마디 남기지 않으시고
홀연히 가셨습니까
멀리 계셔도 옆에 계신 듯
언제나 허기진 딸의 기둥이 되시던 아버님
“아버지!”하고 마당에 들어서면
환히 웃으며 방문 열고 나서실 것 같은 데
산자락에 누우신 당신은
아무 말이 없으시고
당신 유택에 흙을 밟으며
가슴에 멍울지던 울음만 안고 온 지금
겨울비는 자꾸만 가슴으로 파고듭니다
이시은 제 3 시집 <눈 뜨면 다시 안겨드는 세상> 수록
♬배경음악:Dixie /Ronnie Mcdo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