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 시가 걸린 방

강가에 서 있으면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08. 7. 9. 17:35

 


     강가에 서 있으면


                            이시은

                                


갈대 숲 서근대며 웃자라고

물총새 울음소리에 여울 이는

강가에 서 있으면

뼛속 아리던 아픔도 풀빛으로 흔들리고

저녁연기로 찾아오는 그리움도

풀잎 타고 흔들린다


실눈 뜨도 눈 부시는 햇살에

바람 한 자락 도르르 말리는

강가에 서 있으면

고무신 신고 놀던 시절

물방개가 그리는 동그라미로 엮어

먼 길 돌아와 서있는 발길 묶는다


산바람 내리는 낮

사슴 눈을 하고

아지랑이 이는 꿈 피던 계절도

서걱이는 발걸음으로 다가서는

강가에 서 있으면

여치 울음소리에 노을 익는 여름밤

추억 속에 얼굴들이 별이 되어 돋아난다.


 이시은 제4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