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 시가 걸린 방

다시 피우는 꽃 / 이시은

청담 이시은 2007. 12. 13. 12:17

 

다시 피우는 꽃

 

                               이 시은


 

얼음살 터지는 소리 듣지 못하는

바위로 살다가

새싹 움트는 소리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되었더니

 

엊그제 새해 아침 밝았는데

어느새 꽃샘바람은

제세상인 듯 불어대고

봄 풍경도 한허리를 넘는다

 

나물 캐던 계집아이는 어디가고

나이테 앉은 아낙만

의미심장한 웃음을 물고

빈 손바닥을 파며 길을 찾고 있다

 

곧게 펴도

자꾸만 구부러지는 길을 다시 펴는

아낙의 얼굴에

꽃은 피었다 지고 또 다시 피어

해당화 꽃밭이 되고 동백꽃 밭이 되고

 

피었다 지는 꽃을 다시 피우는

아낙이 있다.

 

2007. 3. 4.

  2007년 해동문학 겨울호 수록